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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없어 소주공장 멈춰…쨍그렁거리는 '빈병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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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높이는 보증금 놓고 정부와 주류업계 줄다리기
정부 "인센티브 올려야 회수율 올라간다"
회수돼도 재사용 안되는게 더 문제


병 없어 소주공장 멈춰…쨍그렁거리는 '빈병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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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와 주류업계의 빈병값 줄다리가 팽팽하다. 현재 개당 40~50원, 인상후에도 100~130원에 불과한 빈병 보증금을 놓고 죽을 둥 살 둥 설전(舌戰)을 벌이는 이유는 '티끌모아 태산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연간 약 50억병에 달하는 소주와 맥주가 출고되고 빈병이 회수되다 보니 주류업체들은 빈병 보증금이 오르면 수백억 원의 이익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병이 표준화돼있어 지방 주류업체는 수도권 지역에서 생산되는 빈병도 회수해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강화해 가정 소비자들의 빈병 반환을 높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버려지는 빈 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1985년 도입했던 보증금 제도에 따라 현재 소주병 1개당 보증금은 40원이다. 소주병 27.5개를 모아야 소주 1병(전국 평균 1100원)으로 바꿀 수 있는 소액이다. 소액이다 보니 가정에서 빈병을 모아 슈퍼에 반환하는 모습은 최근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에 정부는 21년 만에 소주병 보증금을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려서 더 많은 빈병을 재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병 한 개를 새로 생산하기 위해 약 170원이 소요되는 만큼 제조원가의 70% 수준까지 보증금을 올려도 업계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빈병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평균 보증금은 제조원가의 77~97% 수준이다.


특히 정부는 '없는 돈' 취급을 받았던 보증금이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가 빈병을 회수하지 않아 돌려받지 못한 돈은 연간 570억원에 달하는데 480억원은 재활용업자인 공병상이 차지하며, 주인이 없이 사라지는 보증금은 90억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빈병 보증금 인상이 재사용률을 높인다는 논리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소주·맥주병은 49억4000만병이 출고됐다. 이 중 47억2000만병이 회수돼 회수율은 95.6%에 달한다. 자원재활용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이나 일본의 빈병 회수율 98%에 비하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주류업계는 빈병을 회수하는 문화가 상당히 정착됐고 회수율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만큼 보증금을 올려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추가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다. 한국주류협회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빈병 보증금 인상에 따른 주류 가격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체 회수율보다는 가정용 빈병의 회수율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출고된 물량 가운데 업소용이 31억6000만병, 가정용은 17억8000만병으로 각각 회수율은 100%, 24.2%로 차이난다. 업소용은 주류 도매업자가 식당 등에서 빈병을 받아가기 때문에 전량 회수되지만, 가정용 빈병은 소비자 자율에 맡기다 보니 회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편 보증금 인상을 노려 공병상이나 도매상 등에서 빈병 반환을 늦추며 최근 주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소주 제조업체 대선주조는 20일 부산 공장 전체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 생산되는 병에 라벨을 붙여 매점매석을 방지할 방침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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