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후보로 거론…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예견한 경제학자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 6일 일본이 2년 연속 노벨 물리학 수상자를 배출해 일본의 역대 노벨 수상자는 24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으로 늘게 됐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일본은 이제 경제학상만 받으면 전 분야에서 노벨 수상자를 배출하게 된다. 일본은 왜 경제학에서만 아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걸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와 관련해 13일 분석 기사를 실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경제학에서 아직 일본인 수상자가 나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 연구가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 수여되기 시작했다. 수상자 대다수는 미국ㆍ유럽 출신으로 미 국적 소유자가 태반이다.
미국의 연구자들이 경제이론 구축에 활용하는 것은 미 경제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거의 전부다. 미국 아닌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삼은 연구는 미 학회에서 주목 받기 어렵다. 선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논문 인용 건수에서도 미국인 연구자들 논문이 월등히 앞서 있다.
도쿄(東京) 대학의 후쿠다 신이치(福田愼一) 교수는 "미국인 연구자들이 일종의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어 서로 논문을 인용하는 게 관행"이지만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 연구자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런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본인 연구자의 연구 테마가 전반적으로 좁은 일면에 치우쳐 스스로 노벨 수상의 싹을 잘라내는 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 유력시되는 일본인 경제학자가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기요타키 노부히로(淸龍信宏ㆍ60) 교수(사진)가 바로 그다. 기요타키 교수는 해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오른다.
일본인 중 향후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 가장 유력시됐던 아오키 마사히코(靑木昌彦) 교토(京都) 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7월 사망했다. 이미 타계한 사람에게는 노벨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에 기요타키 교수가 일본인 최초의 향후 노벨 경제학 수상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도움과 혜안을 간절히 원하는 부문이 거시경제다. 그러나 거시경제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경기침체ㆍ위기ㆍ인플레이션이 왜 발생하는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데이터가 적어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거시경제와 관련된 많은 아이디어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기요타키 교수의 다양한 논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신고전파 미시경제학(시장의 가격조정 기능 중시)을 바탕으로 케인즈적인 이론 전개에 나서는 이른바 '뉴 케인지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다수 중앙은행은 뉴 케인지언 이론에 따라 통화정책으로 어떻게 경제성장과 인플레를 요리할지 결정한다. 기요타키 교수는 1989년 논문 '돈: 교환의 수단'에서 사람들이 왜 돈을 사용하는지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1997년 존 무어 런던정경 대학 교수와 함께 '기요타키-무어 모델' 발표로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는 점이다. 핵심 내용은 '은행에서 담보를 잡는 관행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되레 경제위기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요타키 교수의 시나리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미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현실화했다. '기요타키-무어 모델' 등 몇몇 논문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그의 논문 인용 건수가 급증했다.
기요타키 교수는 "자본거래 자유화 등 발달된 금융제도가 능사는 아니라는 게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도쿄 대학 출신인 그는 1985년 미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위스콘신매디슨 대학, 미네소타 대학, 런던정경 대학을 거쳐 현재 프린스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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