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13~18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외교가 중국에 쏠려 있다는 '대중(對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은 미국 일정을 시작한 14일부터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16일 사이 다수의 일정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밀착하는 한국 외교에 어떤 불만도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미국 내 목소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관계에 전혀 틈이 없다고 본다. 한미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질문에서 '균열'이 '중국' 때문이라 지칭하지 않았음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가끔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면 그것이 미국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며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상관관계를 스스로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중국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을 미국은 원한다. 우리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 우리는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원한다. 함께 협력해서 북한에 압력 가하는 것을 원하고, 국제적인 규범을 중국이 준수하기를 원한다.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경사론은 해소됐고 새 과제가 주어졌다. 대중 경사론은 없지만 대중 역할론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서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하는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를 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 '주도적인 균형자'는 박근혜정부가 취해왔거나 목표로 삼아온 외교 스탠스다. 미국은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과 보조를 맞춰(그것이 한국에도 좋다는 전제를 깔고) 중국을 설득하는 미션을 박 대통령에게 쥐어준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패권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를 막는 과정에서 두 강대국간 충돌은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국이 힘을 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는 거꾸로 보면 중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일본을 한 편으로 끌어들여 동북아 지역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을 한국이 함께 견제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이면서 중국과 경제ㆍ외교적 밀착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를 중국 역시 자국 입장에서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이제 바통은 박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첫 시험대는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3자 정상회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중국ㆍ러시아ㆍ북한이라는 대륙 세력과, 미국ㆍ일본이라는 전통적 해양 세력의 충돌 지점에 놓인 반도 국가의 대통령은 오락가락 외교 혹은 주도적 균형자 중 어떤 모양새를 그려가게 될지, 박근혜외교는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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