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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국사교과서, 역사교과서, 한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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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국사교과서, 역사교과서, 한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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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등학교 교과서를 다시 국정(國定)으로 되돌린다고 정부가 발표한 뒤,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뉴스를 들여다보다가 국사교과서, 역사교과서, 한국사교과서. 어느 게 맞는 걸까.


역사교과서라는 말은 우리 역사와 세계의 역사, 혹은 다른 나라의 역사를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말이니만큼 우리 역사만을 특칭하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韓國史)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가리킬 수 있는 표현이지만 한국이 대한민국의 약칭이고 이 같은 국호가 정해진 것이 근대 이후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 역사의 근현대사만을 가리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국사교과서라는 명칭은 어떨까. 국사(國史)는 국가 역사의 준말인 만큼, 우리나라의 역사 전체를 담는 데는 무난하다.


왜 국사교과서라는 말 대신 한국사교과서라는 말이 보편화되었을까.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고 발 딛고 있는 나라의 국호는 한국이며, 역사는 그 한국의 과거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기에 한국사라고 해도 한국이란 국호를 지닌 나라만의 역사가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를 가리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사나 미국사 혹은 독일사, 프랑스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그 나라들의 국호가 예전에는 다른 것이었다 할지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재의 국호'를 기반으로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기에, 그 영토 혹은 민족에 속했던 과거 역사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한국사와 '코리안 히스토리'는 정확히 같은 개념일까. 동양에서 생각해온 사(史)의 개념과 서양에서 사용해온 history의 개념은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사(史)는 '지나간 일을 기록해놓은 것'이란 의미에 가깝고, 히스토리는 '현재 존재가 있게 된 과정'이라는 개념에 가까워 보인다. 사(史)는 과거이며 전문가인 사관들의 '기록'인 반면 히스토리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과정을 현재의 관점에서 정리한 스토리'다. 사(史)는 신라사, 고구려사, 고려사처럼 국호나 시기에 종속되는 개념이지만 히스토리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또 사(史)에는 현재가 포함되지 않으나, 히스토리는 현재가 중심이며 현재가 포함된다.


이런 차이가 한국사의 뉘앙스를 어색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는 기껏해야 조선 이후의 우리 근현대사만을 담을 수 있는 명칭일 뿐이다. 코리안 히스토리는 고조선까지 담고도 남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양물이 많이 든 누군가가 우리 국사를 한국사라고 표현했고 그것을 대중화시켜놓았다. 그렇다면 일본사는 어떻게 된 것이며 중국사는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란 국호는 거의 일본이란 나라가 생길 무렵부터 쓰던 명칭이며, 중국이란 호칭 또한 다르지 않다.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며 얼마나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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