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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부 위원회, 몸집 줄이고 체질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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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부 위원회, 몸집 줄이고 체질 개선해야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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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에 조사한 결과로는 549개 위원회에 총 8300여명이 외부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위원회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 단계에서 외부전문가의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 결정의 전문성ㆍ민주성ㆍ공정성이 높아진다.


그 성격에 따라서는 단순 정책자문위원회부터 조정ㆍ협의ㆍ심의 또는 의결위원회 등으로 구분되며 법령으로 그 활동이 보장돼 있다. 반면 위원회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무분별하게 남설되거나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행정 책임은 저하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위원회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상적인 모습은 개인 권리, 분쟁과 관련된 심판, 정책 조정에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무엇보다 위원회가 너무 세분화돼 있다. 중앙부처의 실ㆍ국 단위로 굵직한 위원회만 설치해도 될 일인데 계 단위까지 잘게 쪼개져서 설치한 사례가 많다. '김밥위원회' 하나만 만들어도 충분한데 '단무지위원회' '시금치위원회'를 따로 만든 격이다. 업무가 자잘하게 세분되다 보니 1년 동안 회의 안건 하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고민 끝에 나온 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다른 정책과 충돌되기도 한다. 잘게 쪼개지다 보니 아무래도 다양한 정책 환경에 대한 고려가 미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회의 수많은 목소리를 들어야 될 위원회가 오히려 소통을 막는 '칸막이'가 되기도 한다. 협회ㆍ단체 등 이해관계가 걸린 특정집단의 이익을 도모하고 '밥그릇 지키기'를 위한 창구로 변질되기도 한다. 위원회가 견고한 장벽이 돼 오히려 소통을 막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은 단지 특정집단의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신뢰 증진을 위한 다양한 보완 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4대 부문 개혁(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개혁은 유사ㆍ중복사업을 통폐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원회 운영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잘게 쪼개진 위원회를 정책적인 연계를 고려해 적정 규모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지난 8월에 개정된 위원회 법률에는 유사ㆍ중복 위원회의 통합과 본위원회와 분과위원회로의 편제 원칙을 반영했다. 올해 정비하기로 확정한 109개 위원회 중 45개 위원회가 이러한 기준에 따라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기준은 앞으로 만들어지는 위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민의 권리ㆍ의무와 관련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위원들에 대해 직무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으로 의제토록 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과거에 모기관의 사업평가 심사위원을 맡은 A교수는 업체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지만 형법상의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법률에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이 있었을 경우 A교수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해당 규정이 없었던 결과이다. 신분 보장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위원에 대한 면직과 해촉 기준도 개별법령마다 명확히 규정토록 했다.


위원으로 활동할 때 벌어질 수 있는 공정성 저해 행위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 이외에 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도 비슷한 장치가 필요하다. 올해 마련돼 기관별로 적용하고 있는 '위원 사전 진단' 제도가 그것이다. 위원 후보자는 선임 과정에서 스스로 진단한다. 직무와 관련돼 연구용역을 하거나 관련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경우는 위원회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도록 하는 조치다. 행정자치부가 관련 방안을 마련해 부처에 확산한 결과 새롭게 위원을 구성한 130여개 위원회가 이러한 진단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공공부문은 권한 행사의 여지가 많은 곳이다.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방지하는 절차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더해질 때 제도 운영도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위원회의 남설 방지, 소통 강화와 공정성 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대외적인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가 중요하다. 이는 이해관계자, 관련 단체, 전문가 등 각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다. 위원회가 국정운영의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토론과 타협을 통한 민주적 결정과 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그날이 기다려진다.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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