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와 용인시, 평택시, 안성시간 얽히고 설킨 36년간의 해묵은 갈등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평택시가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용역비 1억2000만원을 이달 16~23일 열리는 임시회에 긴급안건으로 제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지난달 임시회에 이 예산을 올렸으나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13일 평택시에 따르면 공재광 평택시장은 12일 평택시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용역예산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을 16∼23일 열리는 임시회에 긴급안건으로 제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시의회는 아직 이 안건에 대한 방침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평택시, 용인시, 안성시는 지난 4월 열린 '도-시ㆍ군이 함께하는 상생협력토론회'에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여부를 위한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하고 경기도 2억4000만원, 3개 시(市) 각 1억2000만원의 용역비 분담을 결정했다. 그러나 평택시의회가 지난달 16일 임시회에서 1억2000만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시의회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정찬민 용인시장과 신현수 용인시의회 의장이 평택시청과 시의회 앞에서 도를 넘는 시위를 하고 평택시민을 모욕하는 행태를 보여 침묵할 수 없었다"며 예산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시의회는 나아가 "2009년 경기도와 평택시, 용인시가 의뢰한 상수원보호구역 용역에서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을 존치하면서 상류(용인)에 공단을 조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경기도와 용인시는 당시 용역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용인시와 경기도는 평택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는 예산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9월17일 '평택시의회 상생용역 예산 부결에 대한 경기도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해당 연구용역은 평택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 때문에 생긴 갈등을 풀기 위한 경기도와 용인시, 안성시, 평택시 간의 합의사항이었다"며 "경기도, 용인시, 안성시가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한 상태에서 일어난 이번 평택시의회의 결정은 갈등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거부하고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9월18일 오전 9시30분 도지사 집무실에서 열린 주간정책회의에서 "메르스 사태 당시 경기도 전 시ㆍ군이 '경기도는 하나'라는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평택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상생협력 정신을 저버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와 시ㆍ군간 협력에 있어 지자체가 필요한 것만 취하려 한다면 협력관계가 이어질 수 없다. 이는 지역 이기주의"라며 "평택시 혼자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도는 물론 인근 시ㆍ군과도 협력해야 한다. 이번 사례가 자치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용인시의회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청서를 최근 접수했다.
평택과 용인ㆍ안성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논란은 36년 전인 1979년 용인 남사면과 평택 진위면 경계인 진위천에 송탄취수장이 들어서고, 이곳 상류인 남사면과 진위면 일대 3.859㎢(용인 1.572㎢, 평택 2.287㎢)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상류지역 내 용인시 남사면 전역과 안성시 원곡면 일부 등 110.76㎢가 개발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 수도법은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7∼10㎞ 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이해당사 기관인 기초자치단체끼리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관할 시ㆍ도지사가 최종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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