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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저성장 시대의 해법,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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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저성장 시대의 해법, 성숙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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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성장이 해법이라고 한다. 과연 그것만이 탈출로일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3.2%로 제시했다. 국내 연구기관들에 비하면 후한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5%와 2.8%를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더 짜다. 2.4%와 2.6%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내년만 낮은 성장에 그칠 것인가. 아니다.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 민간 연구소인 LG경제연구원은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6%에서 2015~2019년 기간 동안 2.5%로 낮아지고 2020~2030년에는 1.7%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자본과 노동 등을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장률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도 비슷하다. 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 3.1%이지만 10년 뒤인 2020년대 중반에는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동의한다.


종합해 보면 결론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원인과 해법은 다 나와 있다. 혹자는 저출산 고령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어떤 이는 소비부진이 이유라고 한다. 어떤 이는 구조개혁이 되지 않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도입했다.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개혁도 하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높이고 기술경쟁력을 회복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 등이 답이라고 한다.

다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상대가 있어 실천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구조개혁만 해도 그렇다. 좀비기업을 구조개혁해야 한다지만 그 기업도 식구들을 책임진 가장이 일하는 직장이다. 그들의 훈련과 재취업 등의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않고 아까운 '자금'만 축낸다며 구조조정하려 한다면 "예, 그러세요"하며 비켜줄까. 아니다. 인맥과 파업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다. 노사정 타협과정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어뢰를 맞은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서서히 가라앉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가. 이 역시 아니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제언은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최근 교육방송에 출연해 한 강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에 직면한 유럽 특히 스웨덴은 한 걸음 물러나 양보하고 배려했다고 역설했다. 남성도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하는 기업과 사회 전체의 배려가 출산율을 높였고 그것이 저성장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경제성장이 디플레이션 해법"이라고 외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김 교수의 주장에 공감한다. 물론 저성장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데 토를 다는 것은 아니다. 고갈된 성장력을 높이는 방법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자본이야 부족하지 않다.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걸리는 것은 노동이다.


그렇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동문제, 성장력 제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왜 젊은층이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고 뒤로 미루는지 천착할 필요가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과 집값, 사교육비, 어려운 육아 환경 등 이유는 많다. 그 제일 밑바닥에는 저금리가 있다. 저금리로 손해본 만큼의 수익을 집값을 올려, 젊은층과 집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보전받겠다는 집주인의 '약탈의 심리'가 깔려 있다. 그 집주인이 누구인가. 너와 나, 우리 아닌가.


결국 문제는 나의 성숙으로 귀착된다. 우리 스스로 성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국 사람들이여, 성숙할 준비가 돼 있는가.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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