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 늦어도 효과 크지 않아"
"누적원산지 활용 못해 부정적 영향"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가입이 2~3년 늦어도 무역전환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박태호 서울대 교수) vs "조속히 글로벌 가치사슬 네트워크에 참여해 수출증대와 경쟁력 강화해야 한다"(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득실이 무엇일지를 두고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TPP 발효까지 최소 1~2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이해득실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가입이 늦을수록 신 통상 질서에 참여하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TPP 전략포럼 회의실에서는 이러한 엇갈린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교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교수는 "우리는 이미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만큼 TPP에 대해 너무 조급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추가 시장개방이 필요한 분야나 한-미 FTA 대비 추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규범, 사실상 한-일 FTA에 대한 대비 등을 고려해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TPP가 타결되면서 일본은 TPP 발효시까지 관세인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한국은 양자 FTA를 통해 관세인하 혜택이 계속 발생되고 있는 만큼 기존 FTA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략포럼 의장을 맡고 있는 안덕근 서울대 교수도 "한미 FTA 등을 체결해 놓은 우리는 TPP타결로 시장접근 관련해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TPP가 발효되기 전 1~2년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골든타임 동안 가입비용을 최소화하고 선진적인 규범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사전에 충분히 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규범이 디지털 무역, 국영기업 등에서 한미 FTA Plus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러한 부분에서 이미 상당수준 선진화된 제도를 갖추고 있다"(박노형 고려대 교수)며 "TPP에 대한 대응은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도 늦지 않으며 경제효과와 정치경제적 요소를 종합 고려해 참여여부와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지금까지 한중일을 중심으로 형성돼있었지만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TPP 가입이 늦어지면 누적원산지 활용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누적원산지란 역내 회원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일정 비율에 한해 원산지를 인정해주는 것으로 역외인 한국 기업들이 회원국의 시장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도 "TPP 같은 다자FTA는 양자 FTA를 뛰어넘는 경제효과를 가진다"며 "TPP 회원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네트워크에 참여해 수출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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