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만에 금융부채 12조7000억원 감축 성공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음달 1일 출범 6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LH는 결코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최대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부채 공룡'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전 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금융부채 12조7000억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30일 LH에 따르면 2009년 10월 LH 통합 출범 이후 금융부채가 연평균 7조6000억원씩 늘었다. 2013년 6월 이재영 사장이 취임할 당시엔 105조7000억원이나 됐다. 부채비율 466%,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사장 취임 2년3개월 만인 올 9월 기준 금융부채(92조9000억원)를 12조7000억원이나 덜어냈다.
이는 채권 동결 선언, 부채시계 운영, 판매 극대화, 사업방식 다각화 등 역량을 집결한 덕분이다. LH 관계자는 "전 임직원이 임금반납, 복리후생 축소 등의 희생을 감내하고 전사적인 판촉 노력, 사업방식 다각화로 자체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등 안팎으로 노력해온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존의 대량 개발 방식으로는 LH의 부채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경영정상화를 꾀했다. 공기업 최초로 사장과 지역본부장이 1대 1로 판매경영계약을 체결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현장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덕분에 지난해부터 대금회수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집행해왔다. 더 이상 부채를 늘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선순환 사업구조 궤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특히 사채 발행을 동결하는 한편 기존 단독사업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공동개발, 공공임대리츠 등 사업방식을 9가지로 다각화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2000억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봤고 올해는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채 규모를 줄이자 재무 건전성도 안정을 찾았다. 지난달 17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LH의 국제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로 상향 조정했다. 출범 후 줄곧 불어왔던 LH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도 없어졌다. LH는 최근 3년간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특수채 평균 금리보다 2bp의 가산금리를 더 부담했는데 재무여건 개선을 인정받아 가산금리 0%가 됐다. 이로써 향후 3년간 약 378억원의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H는 앞으로 주거급여, 행복주택, 판교창조경제밸리 등 본연의 역할인 주거복지와 경제활성화를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임대운영 중심의 주거복지센터를 주거복지서비스의 허브로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원스톱 주거지원 안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주거복지 종합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이 사장은 "전문가들조차 부채감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결국 해냈다"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LH의 미래 핵심기능인 주거복지, 도시재생, 지역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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