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경기도가 수원 서둔동 14만㎡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학 부지를 '학교용지'에서 해제하면서 한 치 앞도 못본 주먹구구식 행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도가 복합문화시설을 짓기 위해 이 곳을 학교용지에서 해제했으나 추후 남경필 경기지사의 공약인 '따복기숙사'를 이 곳에 지으려고 검토하다 보니 학교용지 해제가 발목을 잡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 문화체육관광국은 지난 2월27일 수원시에 공문을 보내 서울 농생대 터를 문화예술복합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계획시설 상 학교용지인 이 곳을 학교용지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수원시는 지난 5월 도시계획 결정회의를 갖고 농생터 전체 면적 27만2842㎡ 중 서울대가 보유한 12만9745㎡를 제외한 경기도 소유토지 14만3097㎡에 대해 학교용지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전환됐다.
문제는 학교용지 해제 후 발생했다.
도 교육협력국의 따복기숙사팀이 이 곳에 남경필 지사의 따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려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학교용지가 해제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학교용지가 아닌 곳에는 기숙사를 지을 수 없다.
도는 당초 따복기숙사 후보지로 서울대 농대생들의 기존 기숙사인 상록사 리모델링과 수원 파장동 경기도인재개발원 및 용인 죽전 도유지 등 2곳을 신축 부지로 물색해왔다.
그러나 용인 죽전 땅은 행복주택용도로 결정되고, 경기도 인재개발원 역시 기숙사 건립이 쉽지 않다는 내부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도는 서울 농생대 터에 따복기숙사를 신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왔다. 하지만 이번 학교용지 해제로 기숙사 신축은 어려운 상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당초 도에서 적극적으로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해 검토 끝에 이를 수용했다"며 "현재로써는 경기도 소유 서울 농생대터에 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대표적 '칸막이 행정'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경필 지사의 따복기숙사 신축 후보지로 거론된 서울대 농생대 터를 도 문화체육관광국이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지나친 욕심을 내세워 서둘러 학교용지를 해제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대는 보유 중인 농생대 터에 대한 학교용지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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