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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급발진 사태와 오버랩되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1초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와 관련해 유독 폭스바겐이 집중포화를 맞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렉서스 급발진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아 자국 자동차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非) 미국계 회사가,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오른 직후에, 미국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 등이 렉서스 급발진 사태와 닮은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배출가스 검사시 데이터 조작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수십 년 된 관행으로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BMW나 오펠 모델에서는 기준 허용치의 10배 이상의 오염물질이 배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독일 주간지 ‘아우트 빌트’는 24일(현지시간) BMW X3 x드라이브 디젤 차량 중 한 모델도 유럽연합(EU) 허용 기준치의 11배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등 12개 차종에서 에어컨 가동 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의 작동을 멈추게 해 질소산화물을 과다배출한 일로 87만대를 리콜한 사례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기술은 테스트를 통과하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면서 “환경 기준 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전자제어장치(ECU)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심는데 그게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했다.

조작이냐 기술적인 결함이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급발진 역시 렉서스만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토요타가 희생양이 됐다. 렉서스 급발진 사태가 불거진 2009년은 토요타가 세계 자동차 시장 부동의 1위였던 GM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2008년 이듬해였다. 미국 자동차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구제 금융을 받아 휘청거리는 틈을 타 토요타는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폭스바겐 역시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에 올랐고 최근 들어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렉서스 ES350을 타고 가던 일가족 4명과 경찰관이 급발진으로 사망하면서 토요타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토요타는 700만 대를 리콜했고 ‘토요타=품질’이라는 신화도 무너졌다. 이 여파로 토요타는 세계 자동차 시장 1위 자리를 다시 GM에 내줘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토요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측이 사태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구제 금융을 받은 미국 자동차 '빅3'를 살리기 위해 희생양을 찾은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독일 디젤차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게 쌓아왔다는 점에서 폭스바겐 연비 조작 사태가 독일 자동차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는 0.030g/km로 유럽의 최신 기준인 ‘유로6(EURO 6)’의 0.080g/km보다 엄격하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환경 규제가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것은 환경 보호라는 측면도 있지만 독일 디젤차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문제가 미국에서 비 미국계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불거졌다는 점에서 렉서스 사태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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