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보이스피싱'의 덫에 걸린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30대가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이 올들어 8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중 여성이 63.5%(7621명)로 절반 이상을 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9.1%(3496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대 26.3%(3153명), 50대이상 26.1%(3136명), 40대 18.4%(2209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사칭유형별로는 60.6%(9519건)가 검찰·경찰을 사칭했고 금융회사 및 금감원 직원의 사칭은 각각 24.7%(3883건), 12.1%(1898건) 등이었다.
여성들이 보이스피싱의 주요 먹잇감이 되는 것은 사기범들이 '대포통장’, ‘명의도용’, ‘개인정보유출’ 등의 키워드를 주로 사용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사기수법에 쉽게 넘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 층 역시 취업난 등을 겪으면서 대출을 빙자한 사기수법에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기수법 시나리오에 따르면 금융사기 법인들은 우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가 금융사기에 연관돼 고소?고발 돼 있는 상태라며 압박한 후 가짜 검찰청사이트 등으로 접속케 해 가짜 사건개요를 열람토록 유도했다. 이 후 '금융사기 일당과 금전거래가 없다는 피해자 입증을 위해 계좌추적이 필요하다'며 계좌 및 인증서 비밀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요구해 인터넷뱅킹으로 피해자 몰래 직접 계좌이체를 시도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거래은행 ATM 등에 방문하게 해 미리 마련해둔 대포통장 계좌로 현금이체하게 했다.
성수용 금감원 팀장은 "사기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하며 혼자 결정하지 말고 주위와 상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며 "만약 사기범에 속아 현금이체 등 피해를 당했다면 신속하게 경찰청이나 금융회사 콜센터, 금감원 등에 전화를 걸어 지급정지를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감원과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지킴이 체험관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실제 사기 전화 음성인 '그놈 목소리'로 신고 접수된 420여건 중 108개를 선별해 이날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목소리는 검찰수사관이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76건으로 가장 많고 경찰 사칭도 30건에 달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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