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지연에 '삼안' 직원 900명 생활고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 Workout) 중인 건설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삼안이 기업 정상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900명에 달하는 임직원과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각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탓이다. 노조는 백 회장과 현재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어 매각절차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전문업체 대아티아이가 삼안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기업 실사와 채권단 협의 등을 마치고, 8월말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백 회장이 임명한 대표이사 2명은 최근 사임계를 내고 며칠째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삼안의 주요주주는 지난해말 기준 프라임개발을 비롯해 백 회장과 부인 임명효씨 등이다. 대표이사는 감사원 부이사관 출신 이진환씨와 백 회장 부인의 동생 임종명씨가 맡고 있다.
8월말까지만 해도 삼안의 매각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상황이 꼬인 것은 백 회장측이 계약서 날인 직전 제시한 추가 요구조건을 제시하면서다. 백 회장측은 수년에 걸쳐 삼안으로부터 보증금, 대여금 등 명목으로 조달한 약 1200억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과 노조의 고소ㆍ고발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아티아이측이 난색을 표하자 백 회장측은 추가로 매각 가격이 너무 싸고, 감자계획에 문제가 있다며 계약 날인을 거부했다.
이 같은 백 회장측의 '몽니'에 대해 인수자 측인 대아티아이는 물론 채권단과 매각주관사, 삼안 직원들 등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각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인수자측 관계자는 "채권단이 대아티아이가 집행할 채무변제대금 1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를 출자전환하기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계약 체결 직전 내놓은 삼안의 추가 요구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태신 삼안 노조위원장은 "백 회장이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매각 절차를 방해하고 있다"며 "900명 임직원의 생존이 걸린 만큼 채권단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안의 건전성은 매각에 차질을 빚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액은 지난 2009년 291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5년만에 2014년 1200억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97억원에서 9억원으로 20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모회사에 대한 지분법 손실로 지난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더욱이 프라임개발 등에 빌려운 1200억원의 채권이 연말에 대손처리되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수주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아티아이는 삼안을 인수한 후 유상증자를 통해 230억원의 자금을 투입, 100억원은 채무변제에 쓰고 나머지 13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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