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독일 BMW출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엔지니어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고성능 개발담당 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의 제의를 받아 현대차에 합류했다고 밝히고 현대차의 고성능브랜드 'N'의 양산 모델이 2017년에 첫 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이날 미디어데이를 통해 개막한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현대차의 N브랜드방향성을 밝히는 기자회견과 이후 언론인터뷰에서 현대차 합류과정과 N브랜드의 계획을 밝혔다.
비어만 부사장이 현대차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새로운 도전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어만 부사장은 "처음 현대차 직원과 만났는데 말이 잘 통했다. 이후 정의선 부회장을 만나보니 고성능차에 대한 비전과 회사의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내 생각과 잘 맞았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과 독일 자동차기업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과정 등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현대차는 내게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기업(BMW)에 있을 때애는 토론과 논쟁이 많았는데, 현대차는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전력을 다해 달려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한국 생활도 깨끗한 환경과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마음에 든다. 부인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N브랜드는 회사의 모든 부문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또한 회사차원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하고 있어 경영진과의 잦은 의사소통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이날 전 세계에 공개된 고성능브랜드 N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기존의 좋은 이미지는 이어가면서 고성능차는 서브 브랜드인 N을 통해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는 기아차와 달리 스포티한 이미지의 브랜드는 아니다"면서 "현대차는 편안하고, 상품성이 높고, 세련되며, 디자인이 좋은 차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 서브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브랜드 자동차의 양산시점에 대해서는 2017년에 첫 N브랜드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모델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다만 그는 현대차의 남양연구소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N브랜드의 엔진도 자체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N브랜드의 개발방향에 대해서는 "모든 N브랜드 차의 목표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뛰어난 성능을 내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뉘르부르크링에는 급커브구간, 언덕길, 내리막길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주행성능시험조건을 갖추고 있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주행조건도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남양의 고성능개발센터에서 2년째 N브랜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뤼셀스하임 연구개발센터에 팀을 만들고 있다.
비어만 부사장은 "N은 남양을 의미하지만 또한 뉘르부르크링도 의미한다. 초기에는 남양에서 개발이 진행 되고 이후 뉘버그링에서 다듬어진다는 뜻이다"면서 "뉘르부르크링이야 말로 N브랜드가 스스로의 역량을 입증해야할 곳"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서킷에서 기록을 갱신하는 것 보다는 운전하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며 드라이버와 차의 상호작용에 신경쓰고 있다"면서 "고성능차에 대한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차를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그러면서 현대차에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현대차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데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레이스트랙에 현대차의 수퍼카를 올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어만 부사장은 31년간 독일 BMW에서 고성능 자동차 개발을 담당하다 지난 4월부터 현대차의 연구개발 본산인 남양주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현대차에서 고성능차개발·주행성능개발·차량시험 등 3개의 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주행성능에는 승차감, 핸들링, 소음진동, 제동성능 등이 포함된다. 차량시험은 내구 시험과 충돌 시험 등을 시행하는데 현대차의 내구도 기준은 매우 높아서 경쟁사 부품과 현대차 부품을 두고 동시에 내구 시험을 시행하면 경쟁사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3개의 센터가 같은 조직에 있어 고성능차의 기술이 양산차로 확산되는 효과도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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