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당 회의 직후 돌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를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약을 복용한 자산가 2세가 알고 보니 김 대표의 둘째 사위였다는 소문이 돌았고, 저녁 무렵 김 대표가 직접 해명하면서 그의 언행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레 풀렸다.
김 대표는 가족대소사에 철저히 함구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에는 모친상을 치렀음에도 측근들이 전혀 알지 못했고 첫째 딸 결혼식은 소식이 알려질까 직접 청첩장을 복사하기도 했다.
특히 둘째 사위를 맞아들인 딸 결혼식과 관련해서는 아예 엉뚱한 날짜를 알려줘 화제가 됐다. 혼인날짜를 묻는 동료 의원에게 김 대표가 다른 날짜를 알려줘 혼선을 일으킨 것이다. 해당 의원이 뒤늦게 정확한 날짜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혼식이 예정된 호텔에 확인 전화까지 했지만 '일정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김 대표가 날짜를 잘못 알려준 것에 안심하지 않고 해당 호텔에까지 비밀을 당부한 것이다.
가족과 관련한 대소사를 치밀하게 관리하는 김 대표였기에, 사위의 마약 복용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부분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형량 봐주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김 대표 입장은 더욱 난감한 상황이 됐다.
김 대표에게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이번 일이 졸지에 정치적인 이슈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김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과 때마침 국정감사 기간이 더해지면서 세간에서 입방아에 오를 적절한 여건을 갖춘 것이다.
김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간은 흐르지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공전하고, 협상파트너인 야당 대표는 재신임을 묻겠다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여건에서 김 대표 사위 건은 확실한 힘빼기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 일로 공천권을 놓고 당내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최근 들어 "100% 전략공천이 가능하겠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말 연찬회에서 "모두가 동의했다"고 기뻐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직 2년 넘게 남았지만 그의 대권 행보도 불안하다는 전망이 있다. 사위가 친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한지 오늘로 꼬박 1년2개월이 됐다. 돌아보면 지난해 7ㆍ14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그의 역사는 지금까지 부침(浮沈)을 반복해왔다.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가 코너에 몰리는 순간도 있었다.
이번 일이 단순히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기를 바라는 김 대표의 생각과 달리 어쩌면 장차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는 또 다른 갈림길에 서게 됐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