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 중병일수록 수도권 병원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대전에 사는 A씨(46·서구)는 최근 지역 대학병원에서 췌장에 혹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때 머릿속에선 ‘서울을 오가려면 시간과 비용이 제법 들 텐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지역 의료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위험부담이 큰 수술은 서울 대형병원에서’라는 등식이 자신도 모르게 그려져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몸에 생긴 혹이 악성 종양이 아닌데다 크기가 작아 절개수술 없이 약물치료 등으로 고사시킬 수 있었다. 다만 추후 같은 병이 재발할 경우를 대비해 서울지역 대형병원 전문의를 중심으로 관련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의료자원의 지역 불균형이 수도권의 의료·진료 편중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면에는 지역 의료자원보다 수도권 의료자원을 맹신하는 환자들의 인식 등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수도권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병원에서 진료 받은 환자 4696만여명 중 2558만여명(49.2%)은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진료비 역시 총액 55조여원 중 27조여원(50.9%)은 이들 병원의 몫이 됐다.
특히 당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에 나선 환자는 총 266만여명으로 이들이 지불한 진료비는 2조8000여억원에 달했다. 진료비 총액 면에선 2005년(25조1000억원) 대비 지난해 2.2배, 같은 기간 원정 진료비는 2.6배 증가한 수치를 보여 해마다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원정길에 나서는 환자들이 늘고 있음을 가늠케 했다.
지역별 원정 진료 현황에서 환자부문은 충남(43만5000여명)이 가장 많았고 강원(33만여명), 충북·경북(26만여명), 전남(23만여명), 전북(21만5000여명), 경남(21만3000여명), 부산(18만여명), 대전(15만여명) 등의 시·도가 뒤를 이었다.
또 진료비 부문에선 강원(20.0%), 충남(19.4%), 충북(16.3%), 세종(14.9%), 전남(10.2%), 제주(10.1%), 경북(9.8%), 전북(9.6%), 대전(8.0%)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환자들의 수도권 원정 진료현황을 확인할 때마다 지역 의료계는 마음이 답답하다. 대전 소재 종합병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 스스로 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는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의료계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굳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것을 보면 수도권 의료진에 대한 환자들의 ‘맹신’이 지나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환자들은 병원보다 전문의의 이름과 평판을 알음알음 듣고 ‘선택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같은 이유로 지역에선 수도권에서 이름난 전문의를 모시기 위해 경쟁 아닌 경쟁을 하기도 한다”며 “실력 있는 의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선 병원도 불리한 선택이 아니지만 스카웃 개념의 ‘모시기 경쟁’으로 금전적 부담이 커지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측면에선 의료 자원(기능적 의료서비스 부문)의 수도권 지역 집중현상이 원정 진료를 부추기고 환자들의 이동이 잦을수록 감염병 확산 등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 의원은 “올해 전국적으로 확산돼 사회적 이슈가 된 메르스 사태는 의료 자원의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수도권 원정 진료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수도권 대형의료기관에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메스스 사태 당시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 문제와 공공의료기관을 비롯한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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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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