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경필]
고흥 소록도병원의 ‘가짜 환자’ 논란의 중심인 ‘원생자치회장' 선거가 끝나 그동안 빚어졌던 각종 비리가 사라지게 될지 이목을 끌고 있다.
‘가짜 환자’ 사건이 원생자치회장 선거를 앞두고 암투가 벌이진 끝에 수사기관에 제보됐기 때문이다.
국립소록도병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소록도병원 휴게실에서 제13대 원생자치회장 선거가 실시됐다. 선거인수 556명 중 74.8%가 투표한 이날 선거에서 250표를 얻은 박승주(63)씨가 160표를 얻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가짜 환자’ 사건 탓에 이번 선거는 고흥군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병원 직원과 선관위 직원들이 투·개표를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당선된 박승주 자치회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또 원리원칙에 따라 운영해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치회장이 장기집권하며 각종 문제가 발생한 탓에 올해부터는 임기 2년의 단임제로 개정됐다. 또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임원인 마을이장 추천위원회가 개최되며 오는 15일 취임식을 갖고 정식 출범한다.
한편 2010년 이후 소록도에 들어온 주민 230여명 중 10여명이 한센병 병력지를 위조해 소록도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돼 퇴거조치 됐다.
이 병력지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위탁받은 한국한센복지협회에서 발급한다. 원생자치회 간부 K(47)씨와 당시 자치회장 K(64), A(74)씨 등 3명이 가담해 서류를 꾸몄다가 경찰에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기자수첩]소록도병원 사태, 모르는 척 할텐가
국립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장이 주무르는 돈은 연간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생자치회를 통해 병원 측에서 파견돼 일하는 조무원과 보조원 120여명은 병원장이 임명은 하지만 추천은 자치회장의 몫이다.
자치회장의 권한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입·퇴원 관리, 주거지역 질서 유지, 공원 관리 등 거의 모든 행정을 자치회장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자치회장이 매월 받는 판공비는 30만원이 조금 넘지만 이 푼돈(?) 때문에 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암투를 벌이지는 않는다는 게 소록도 사람들의 대체적 판단이다. ‘가짜 환자’ 사건도 원생자치회장의 막강한 권한과 이권 다툼으로 인해 외부에 알려졌다.
소록도 주민은 자연사에 따라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타 지역에서 거주하던 한센병 완치 주민들이 소록도로 들어오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혜택 때문이다.
소록도 주민이 되면 정부로부터 집과 식량을 무상 공급받는다. 생활비와 의류비 등으로 연간 50여만원도 지원된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소록도 입주과정에서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동안 병원 측은 모르는 척 해왔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지난 8월 초 드디어 폭로전이 벌어졌다. 입건된 전직 자치회장 K씨가 출마 의지를 보이자 A씨가 ‘병력지 위조’를 폭로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소문을 익히 알고 있을 보건복지부와 소록도병원의 태도다. 소록도병원 측은 조직과 인원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타 지역에서 이미 완치된 한센인들의 소록도 입주를 모르는 척 허용해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록도병원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한센인들의 보금자리가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경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