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의혹 터지자 안철수에게 진상조사 맡겨
북한 도발하자 특위 꾸려 박지원에게 위원장직 제안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북한 지뢰도발과 국정원 해킹 의혹 등 최근 굵직한 정국 현안에서 보여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용인술(用人術)이 당내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자신과 대권·당권을 두고 다투던 경쟁 상대를 당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며 주요 이슈의 중심에 세우고 있어서다. 당 혁신위원회 혁신안까지 큰 잡음 없이 당규에 반영되면서 계파 갈등과 신당론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문 대표는 북한의 목함지뢰·포격 도발 정국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당내에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박지원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은 당내 비노(非盧)의 상징과 같은 존재로 지난 2월 문 대표와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국민의 정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 북한 사정에 밝다는 점이 반영됐다.
문 대표는 지난 7월 국가정보원이 민간인의 스마트폰·컴퓨터를 해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당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꾸려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에 앉혔다. 컴퓨터 전문가인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의 대권 후보를 두고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문 대표는 당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공동위원장에도 정세균 의원을 임명해 이목을 끌었다.
문 대표의 인사는 지난 2월 취임 이후 줄곧 논란의 대상이었다. 비노 진영은 "문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약속한 탕평 인사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당직 인선 논란은 혁신위가 사무총장제 폐지를 건의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문 대표와 참여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비선 실세들이 당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들은 당내 계파 갈등과 신당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비노 일각에선 문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보여주기식'이라는 불만도 지적도 나온다. 원내 한 관계자는 "19대 국회 들어 만들어진 당 특위만 해도 수십개가 돼 사무처에서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며 "특위 위원장이라는 자리가 허울만 좋지 실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잠잠해진 신당론도 다음 달 혁신위 활동 종료를 기점으로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20대 총선을 앞둔 문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7·30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던 비노 진영은 "혁신위의 활동 결과를 보고 향후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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