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거긴 100%죠. 없는 이슈까지 만들어서 잔칫상까지 차려줬는데."
국회 안팎에서는 이번 국정감사 기업인 출석 1순위로 롯데그룹을 꼽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령이고 건강 이상설이 돌아 사실상 출석시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까닭에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력하다. 롯데사태를 다룰 상임위는 대기업 지배구조업무를 하는 공정위 소관 정무위원회가 1순위지만 산업통상자원위(유통ㆍ산업 관련), 기획재정위원회(면세점ㆍ관세청), 환경노동위원회(비정규직 등 노동관련), 국토교통위원회(제2롯데월드 건설 관련)등도 가세할 수 있다.
총수일가의 경영권분쟁에 따른 반(反)롯데정서 확산으로 쑥대밭이 된 그룹으로선 '회장님 출석'을 막을 방도가 마땅하지 않다. 여야가 증인출석에 합의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줄 의원 찾기가 쉽지 않다. 국회를 지켜본 바로는 신동빈 회장이 출석한다고 해도 그냥 나가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의원들 말에 "예" "송구하다"는 말하고 준비된 답변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총수를 국감에 불러내는 진짜 목적은 사실확인이나 문제추궁보다는 전국에 생중계되는 TV앞에서 총수에 윽박지르고 망신을 주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기업인은 국감의 성역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기업활동에 대해 국민을 대표해서 입장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인들 역시 의회 출석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 각종 의혹을 정정당당히 밝히거나 기업활동 과정에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과연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볼 일이다.
기업인 증인은 2011년 78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114명으로 늘더니 경제민주화 바람이 분 2013년 150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 131명으로 그나마 줄었다. 기업인 증인이 감소한 배경에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국회가 기업인을 자진출석 형태로 출두시키거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키는 등의 '꼼수'도 작용했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 기업인 11명이 출석했지만 10명의 답변시간은 평균 1분 정도였고 1명은 질의조차 안 받았다.
2011년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당시 모 은행의 은행장이 답변을 위해 밤 11시까지 대기했으나 총 답변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다. 2011년 지식경제위가 개최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청회'에서 일부 의원은 모 그룹 회장을 출석시켜 '먹통' '야수' '탐욕스럽다' 등의 모욕적 언사를 퍼붓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장이 통역 문제로 답변을 지체하자 어느 의원은 '사기치는 거다,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다 위원장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올바른 견제와 통제라는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의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 중요하다.정부 정책에 객체일 뿐인 기업인의 참고 진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보조적이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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