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향방이 23일 오후 결정된다.
북한의 지뢰도발로 시작된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날 오후 3시 판문점에서 재개된다. 이날 접촉에서 남북이 긴장관계를 풀고 대화를 이어갈 경우 지난 21일 외환·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였던 '북한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이상의 남북합의가 도출될 경우 우리 경제는 대북사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면 고위급 접촉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북한이 포격도발에 이어 추가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준전시 상황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 외환·금융시장에서는 '북한리스크'가 최대 악재로 등장했다. 코스피는 1876.07으로 2.0%나 폭락해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은 367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9.9원 오른 11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정부도 주말 비상체계를 강화했다. 고위급 접촉이 시작되기 전인 22일 오후 3시 기획재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북한 포격도발 이후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이날 회의에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동향과 함께 북한 도발, 중국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 복합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긴급대응지침)'을 논의했다. 또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 외신, 신용평가사에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시장불안 확산 등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적기 대응하기로 했다.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은 22일 오후 6시30분 시작해 이튿날인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진행됐다.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23일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시간에 가까운 남북 간 접촉에서 현재 긴장상황 해소는 물론 이산가족상봉 등 관계개선을 위한 깊은 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3일 오후에 재개되는 접촉에서는 남북 관계를 급반전시킬 합의문이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가 숨통을 트일 경우, 외환·금융시장의 3대 악재 중 하나로 꼽히는 '북한리스크'는 소멸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을 위한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대북사업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간 접촉에서는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굵직한 현안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남북 간 접촉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당분간 '북한리스크'는 금융시장의 유령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이 큰 줄기의 합의 없이 향후 대화를 이어갈 경우 군사적 긴장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남북 당국자의 말 한 마디, 전방 부대의 움직임 등에 따라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남북 간 접촉이 결렬되면 최악의 국면을 맞게 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을 뛰어 넘어설 수 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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