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점유율 7년새 50→32.5%로 낮아져..개인연금은 90% 넘어
"퇴직연금, DC형 중점두고 종신연금 신화 버려야"
[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보험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역할이 축소되는 반면, 개인연금 시장에서는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은 19일 열린 보험연합학술대회에서 '사적연금의 사회적 가치와 보험산업의 대응전략'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손 실장은 "지난 3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이 107조7000억원으로 2008년 3월말 3조2000억원보다 33.7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권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62배 늘어나 전체 업권 중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어 은행권 41.1배, 손보업계 37.5배로 평균을 웃도는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생보업계의 증가폭은 19.7배에 그쳐 다른 업권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업권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2008년 3월 기준 43.2%로 1위를 차지했던 생보업계의 시장점유율은 7년 만에 25.6%로 하락해 2위로 내려앉았다. 생보와 손보를 합친 보험권 전체의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점유율은 2008년 3월 기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32.5%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은행권은 같은 기간 39.3%에서 49.6%로 10%포인트 이상 시장점유율을 높여 1위 자리로 올라섰다. 은행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2년 말 이후 50% 전후로 확고부동한 1위를 점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10.2%에서 7%포인트 늘어난 17.2%로 여전히 3위를 기록했지만 4위인 손보업계와의 격차는 벌리면서 선전했다.
반면 개인연금 시장에서는 보험사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현재 개인연금 시장에서 보험사의 점유율은 연금저축에서는 약 76%, 비적격을 포함한 전체 개인연금에서는 90%가 넘는다.
세제적격 개인연금이 도입된 다음 해인 1995년 기준 업권별 점유율은 생보업계(28.9%), 손보업계(11.3%), 은행(34.7%), 자산운용사(25.0%) 순이었다. 약 20년 뒤인 지난해 말에는 생보(53.0%), 손보(23.1%), 은행(14.3%), 자산운용(6.4%) 순으로 바뀌었다.
손 실장은 "고령화 시대에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데 연금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연금은 보험사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사업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보험산업은 개인연금에서는 경쟁력을 강화해 왔지만 퇴직연금에서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에 있어서는 '적립'단계와 '인출'단계로 나눠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립단계에서는 확정기여(DC)형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인출단계에서는 타 금융권에는 없는 '종신연금'이라는 확실한 무기에 대한 인식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실장은 "보험사는 종신연금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하며 공사연금을 넘나드는 은퇴설계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을 잘 조합해 가입자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인출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