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다?, '왝더독' 경영, 부자 흙탕전 등 비난 거세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황제경영, 83조원짜리 구멍가게, 일본기업 논란…'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국면에 접어들면서 롯데를 향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416개 순환출자 고리라는 얽히고 설킨 지배구조와 국적논란 등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정부는 롯데 총수와 인척의 해외계열사 현황과 투자 현황을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나섰고 정치권은 재벌 지배구조 개혁을 앞세운 '롯데방지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롯데 공격에 나선 정부와 정치권이 롯데의 불법적인 요소를 적발한 것은 아니다.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는데 국민감정에 편승해 이번 기회를 통해 롯데를 털어보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 국면 전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재계는 정부와 정치권의 마녀사냥식 대응을 경계하고 있다.
◆황제경영ㆍ베일경영이 단초 제공?=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롯데 부자-친형제 친족이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동안 벌인 양측의 폭로전 등 진흙탕 싸움은 반 롯데 정서만 키웠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놓고 벌이는 형제간 설전도 한국인 정서에는 거부감을 들게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이상없다고 했지만 신 회장측은 판단력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전기회로보다 복잡한 지배구조도 논란이 됐다. 경영권 분쟁으로 드러난 롯데그룹의 폐쇄적인 기업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베일에 싸여있는데다 한국 롯데그룹만 무려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엮여 있어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은 일본의 광윤사다. 1967년 설립된 포장재 회사인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주주로 있고, 일본 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광윤사→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 롯데 계열사로 연결고리가 짜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비상장사인 광윤사에 대한 지분구조를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신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로 등재한 L투자회사 지분구조도 베일에 싸여 있다. L투자회사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73%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은 오너 일가의 일본어 대화와 신 전 부회장의 100% 일본어 인터뷰, 신 총괄회장의 일본어 지시서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지분 구조도 정체성 혼란을 부추겼다. 한국서 번 돈이 모두 일본으로 간다는 얘기도 논란을 키웠다.
◆마녀사냥식 대응은 자제해야=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황제경영과 불투명한 구조 고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비리가 드러난 것도 없다.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고리는 많이 해소됐지만 롯데(총수 일가 2.41%)처럼 오너일가의 적은 지분율로 그룹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은 부지기수다. SK나 현대차 등도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0.4%, 1.80%로 적지만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불매운동까지 제기된 국적 논란은 태생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이 일본서 먼저 일군 기업이다. 1967년 정부가 재일동포의 모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면서 롯데는 제과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한일 양국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했다.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롯데가 일본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사실이다. 신 회장의 말처럼 그룹의 매출 95%를 한국에서 일궈낼 만큼 한국 롯데그룹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한국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왔다. 기여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벌어들인 돈의 상당수는 한국에 재투자됐다. 올해만 7조5000억원이다. 누적으로 볼 때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한국서 번 돈이 모두 일본으로 간다는 얘기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한국 롯데의 일본 배당금은 지난 10년간 0.9%, 약 25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한국 상장사 외국인 배당액은 6조원에 달한다. 오히려 외국인 지분 투자가 50% 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배당금의 상당수가 외국으로 넘어간다. 국내 시가총액 50위 기업 중 13개사가 외국인 지분비중 50% 넘는다. 에스오일, 은행지주사는 60% 이상 이고 이마트, 코웨이는 50%, 호텔신라, GS홈쇼핑, 오리온도 40%대다. 이같은 점은 간과한 체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마녀사냥식 불매운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포퓰리즘 논란…정부와 정치권의 롯데 겨냥= 정부와 정치권은 롯데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총수와 그 인척의 해외계열사 현황과 투자 현황을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정치권은 롯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 모양새다. 일명 '롯데 방지법' 등 대책 법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ㆍ신 회장ㆍ신 전 부회장 등 주요 관련자들의 국감 증인 채택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포퓰리즘을 인식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롯데의 해외 계열사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한 달 전만 해도 해외 계열사를 조사해보려고 했지만 일본에 있고 롯데가 협조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조사에 나선 셈이다. 공정위는 60개가 넘는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지배구조를 다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허술한 지배구조 관리 체계를 인정한 셈이다. 정치권 역시 롯데그룹을 겨냥한 표적 입법과 함께 반(反)대기업 법안의 재논의까지 주장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롯데 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포퓰리즘 구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