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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市-도시미학과 도시재생의 길

서평-<도시에 미학을 입히다>

[이명재 논설위원의 책 다시 보기] 고명석의 신간 '도시에 미학을 입히다'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매우 특별한 관점을 제시한다. "도시에 대한 정치, 경제, 건축의 관점 등에 더해 문화예술ㆍ미학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며 앞의 세 관점을 비판적으로 통찰해 보려 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도시미학'이라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열어 보였다. 책의 제목이 얘기하듯 저자는 도시미학을 통해 '도시재생'의 방향에 대한 성찰과 모색을 펼쳐 보인다.


 관점과 주제뿐만 아니라 얘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도 여간 강렬하지 않은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발로 직접 도시를 걷고, 스스로 온몸으로 느끼며" 쓴 이 책은, 그러니까 저자가 자신의 심신을 전적으로 참여시킨 도시에 대한 탐사록이며, 체험기이며, 도시의 수많은 이야기와 기억에 대한 증언록이며, 실천적인 보고서다.
 아마 이 같은 '총력적' 글쓰기(취재로부터 집필까지)는 도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정의로부터 요청됐던 것인지 모른다.
 "도시는 정치/행정, 경제/경영, 건축/도시공학 등의 분야가 융합하는 용광로다. "

 또 저자에게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다. 도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 생명체인 것이다. 도시라는 이 생명체의 신비를 파헤치는 것은 그러므로 저자처럼 그 몸속으로 들어가야, 그 몸속에서 오감으로써 그 맥박과 숨결과 혈관을 감지하고, 만지고, 듣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일 듯하다. 그래서 첫 장인 '도시의 미학이라는 창문'에서 도시를 주제로 예술세계를 펼쳐나가는 화가와 대화를 나누고, 덕수궁 돌담길과 서울시립미술관을 거닐며, 서울 종로의 북촌과 영등포 문래동 예술촌을 탐방하고, 마포 염리동 소금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저자를 따라 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라는 주제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저자는 도시재생에 대해 "(단순한) 도시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매력적인 도시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하며, 경제재생형 도시재생, 노후주거지 맞춤형 도시재생, 그리고 사람이 행복한 도시재생이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아름다운 도시'는 어떤 도시를 말하는가? "아름다운 도시, 그건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용어로 블링블링(blingbling, 화려하게 차려 입었다는 뜻)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아름다움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표출될 때 외양도 아름다워진다. 도시의 속살,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야 한다. 삶의 생기가 충만해야 한다. 한마디로 살 맛이 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시에 미학을 입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래서 도시는 무엇보다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감동과 행복을 주는 도시, 즐거움을 주는 도시가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뉴타운사업의 실패로부터 왜 우리는 '개발시대의 종언'에 대해 숙고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저자의 성찰은 "건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말과도 잇닿아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것) 현상' 등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두루 짚고 그 대안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도시정책을 수립하고 연구하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이 도시미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일반교양 독자들의 사유에 한 올의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저자의 이력에서 이 책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에 대한 독서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 전문저술가. 전략 컨설턴트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그는 대학생 때부터 공공부문에 뜻이 많았다. 젊은 시절 사회변혁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실천으로 나타났던 공공에 대한 관심은 수학과를 중퇴하고 인문대 종교학과로 재입학했을 만큼의 인문학에 대한 심취, 대학원과 국회정책연구위원 때의 문화예술 분야 법제와 정책개발 경험과 어울리며 지금의 도시미학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전작인 '예술과 테크놀로지'에서 현대 문명 및 과학기술과 미학의 접목을 시도했던 저자의 일련의 미학 탐구는 그러므로 젊은 시절의 사회개혁 운동의 연장이면서 그 확장과 심화 작업이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미학을 통한 사회탐구,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모색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만한 일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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