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에 시작된 롯데가(家)의 경영권 내분이 오늘로 2주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한 주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펼쳐진 이번 사태가 이번 주에 과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그러나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롯데는 이미 굴지의 대기업으로서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롯데의 대주주들과 경영진은 이제라도 국내 5위 대기업의 면모에 걸맞게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롯데 사태는 매출액 83조원에 국내외 임직원이 20만여명인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극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롯데가 그 제품과 유통망을 이용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만큼 국민들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국내 최대의 식품ㆍ유통회사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체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후진적 경영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직원이 3명에 불과한 데다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되는 회사가 대기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것에서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는 게 무색해질 정도다.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방식이 갖는 명암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년 시절 혈혈단신 일본에 건너가 지금의 대기업을 일굼으로써 성공신화를 썼지만 기업 내의 모든 일을 다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황제경영과 불투명한 밀실주의를 유지해온 것은 합리적인 운영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老) 회장의 말의 진위 여부를 놓고 가족 간에 벌어지는 공방전은 그 같은 약점이 자초한 결과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기업 운영체제의 구축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치(人治)'는 그 폐해가 클 수 있다는 교훈을 롯데는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롯데가의 분쟁은 많은 국민들에게 한 편의 흥미진진한 '재벌가 드라마'로 비치고 있다. 그렇게 지켜보는 국민들 중에는 특히 롯데표 과자를 먹으면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있다. 이 어린이들이 혹시라도 우리 대기업은 TV의 막장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런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반기업 정서'가 아니겠는가.
롯데의 경영권을 누가 손에 쥐게 될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서로 맞서고 있는 롯데가의 양측은 모두 "국민과 직원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신들의 득실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정도 경영을 다짐하면서 이번 사태를 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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