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체험 '맛'을 더해 전국적으로 확산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일산에 캠핑식당이 있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다녀왔어요.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해먹과 그늘막에 괜스레 설레였구요. 날씨가 더워서 실내자리로 앉았는데 돼지고기목살 소시지 바비큐와 된장국에 아이들도 밥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네요. 날 선선해지면 야외자리서 또 한 번 먹고 싶네요. 여행 온 기분 제대로 납니다"(네이버블로거 shu****)
"캠핑식당요? 호기심에 한번 가봤는데 실망이 컸죠. 실내라 그런지 환기도 잘 안되는 거 같고 자갈바닥이며 텐트, 형형 색깔의 랜턴이 실제 캠핑장이라기보단 복잡한 장식물처럼 보여 기대만큼 느낌이 살진 않았어요. 무엇보다 고기 맛은 일반 고깃집과 별 차이 없는데 가격은 비싼 거 같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노효주·30·강동구)
여름휴가 시즌이 절정으로 접어든 가운데 '캠핑' 콘셉트로 꾸민 이색 식당들이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해 근거리에서 방문할 수 있는데다 고가의 캠핑장비 없이도 다양한 바비큐 등 캠핑 메뉴를 이색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 호평을 받고 있어서다. 온라인에서는 주점과 포차 등 다양한 유형의 캠핑식당 관련 정보와 방문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캠핑식당으로 통칭되는 이 가게들은 텐트와 그늘막, 접이용 의자를 비롯해 화로대, 석쇠망, 코펠, 스테인리스 컵 등 실제 캠핑용 가재도구가 제공돼 육류 및 해산물 바비큐와 라면, 주류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매장 직원들이 초벌구이한 고기를 제공하고 서빙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 캠핑을 하는 것보다 조리하는 데 드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한 테이블당 식사비용은 통상 10만원대(4인 기준) 안팎이다.
캠핑식당은 바비큐 프랜차이즈인 아웃도어키친이 2011년 서울 청계8가에 1호점을 연 것이 시초격인데 현재 캠프야, 백야드키친, 본파이어, 캠프락, 캠핑시티, 캠2바 등 다양한 이름의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야외에 그늘막과 테이블을 마련한 오픈형과 매장 안에 캠핑 세트를 꾸민 실내형으로 구분된다. 지역적으로도 서울을 벗어나 수원 성남 분당 일산 등 경기권,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광역도시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캠2바'를 운영 중인 황주성(45)씨는 "20대 중반부터 다양한 요식업을 해봤고 프랜차이즈기업에서도 일했었다"며 "그간의 경험으로 축적된 육류요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금의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3 년 5월에 문을 연 황씨의 가게는 현재 실면적 265㎡(80평)에 26개(실외 2개)의 테이블을 확보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3시부터 새벽 3시까지인데 많게는 200여명(50테이블)의 손님이 다녀갈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원목 직사각형 테이블은 접이식 의자 4~6개를 놔둘 수 있는 형태로 각 테이블 바닥엔 흰색의 굵은 자갈이 깔려 있어 시원한 느낌을 더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끼고 있는 대학가 특성상 커플 등 2인 손님이 많다는 점을 겨냥해 2인용 캠핑 좌석도 곳곳에 배치했다.
황씨는 "창업 당시 가게를 꾸미기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를 일일이 돌며 캠핑용품을 사들였다"며 제법 손때가 탄 캠핑 의자들을 가리켰다. 테이블과 의자 등 기본적인 용품 외에 실내 암벽타기 장비로 꾸며진 벽과 해먹, 바람막이 메뉴판,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문후기 쪽지를 매단 인조나무 등도 그의 아이디어다.
메뉴판엔 3~4인용 세트요리를 뜻하는 '3박4일 통통캠프(5만9000원)'와 '2㎝ 통삼겹(1만2500원, 250g)' '3㎝통목살(1만2500원, 250g)' '통육겹(4만7000원, 4가지 부위 1㎏)' 등 톡톡 튀는 이름을 지닌 단품 메뉴가 고기 중량과 함께 표기됐다. 주 고객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가족은 물론 기분전환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발길도 잦다.
가게 운영은 순조로운 편이지만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몇년새 캠핑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많아지고 시설과 가격, 맛과 서비스 수준 등이 제각각이다 보니 '비싸다' '불편하다'는 오해도 많아졌다. 황씨는 "캠핑을 콘셉트로 해도 결국은 음식 맛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단지 유행을 따라했다는 인식보다는 색다른 인테리어 맛집으로 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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