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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다] 남편·아내 비자금 은닉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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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와이프 성형 전 앨범 등 보기 싫어하는 곳 공략
가짜 월급통장 만들어 비상금 미리 빼돌리고 송금하는 것도 방법
신종수법 등장…오프라인 거래만 되는 '스텔스 통장'


[나는 돈이다] 남편·아내 비자금 은닉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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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 짱구야 너 혹시 엄마가 비상금 어디다 숨겨뒀는지 아니?
짱구 : 알아요!
짱구아빠 : 어이구! 내새끼!!!!!!!!!!!!!
짱구 : 비상금은 화장실에 숨겨두면 휴지랑 헷갈려서 버릴수도 있다고 해서 흰둥이집에다…그런데 비가오면 다 젖는다고 비상금은 2층에…짱구 2층은 아빠한테 들킨다고 주방에…


눈치챘겠지만 애니매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한 장면이야. 우리 불쌍한 짱구아빠가 아들이 일러주는 대로 아내의 비상금을 찾아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재미있지. '용돈인생'을 살고 있는 성인이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지. '쩐의 전설'인 내가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비상금은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쓰기 위해 마련해둔 돈'이라고 설명돼 있더라고. 하지만 실은 '아내(또는 남편) 몰래 숨겨놓은 돈'이지. 자, 그럼 일단 비상금을 어떻게 하면 안들키고 잘 꼬불쳐둘수 있을까? 내가 몇가지 팁들을 찾아봤어.

◆상대방이 모르고 싫어하는 곳 공략 = '침대 매트, 장롱 위, 장판 밑, 방석 솜 안, 책상 서랍 밑, 성형 전 마누라 졸업앨범, 책장 뒷쪽, 커버형 스마트폰 케이스 안쪽, 다쓴 딱풀, 후시딘 뚜껑 열고 돈을 돌돌말아 넣기…' 이런 것들이 비상금 단골 은닉 장소야.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팁. 숨겨둘 장소나 도구보다 더 중요한 건 들키면 안되는 대상이야. 잘 생각해봐. 비상금의 핵심은 '들통나지 않는 것'이지. 비상금을 누군가 찾아내지 않도록 하려면 일단 그 사람이 싫어하고 잘 모르는 곳을 공략해야 해. 아내를 예로 들어볼게. 누구든 싫어하는 걸 잘 안건드려, 모르는 것도 잘 안건드리는 법이지. 애써 만지거나 치우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싫어하거나 무관심 한 것이니까 그래. 그런 면에서 ①등산 장비, ②낚시 도구, ③컴퓨터 본체 내부, ③공구 세트, ④자동차 스페어 타이어 속, ⑤트렁크 깊은 곳, ⑤전기 콘센트 이런 데가 괜찮다고 하네.


내 마누라는 맥가이버 처럼 집안이며 내차며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고? 그래서 여차하다가 딱 걸렸다고? 그럴 땐 위기의 순간을 무마하는 방법이 있어. 시치미 뚝 떼고 선물인 척 하는 거야. 물론 '들키면 뺏긴다'는 대원칙은 세워놔야 해. 비자금 봉투에 센스 있게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여보 깜짝 놀랐지? 요즘 자기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준비했어. 필요할 때 써~'라고 적어놔. 우연히 찾은 보물인 척 하는 전략이야. "우리 자기랑 보물찾기 하려고 그랬지♡' 라면서 하트 뿅뿅 날려줘도 되고.


◆가짜월급통장부터 멍텅구리통장까지 = 요새 누가 현금 갖고 다니냐고? 맞아 그래서 계좌이체때부터 비상금은 제외하고 '아내가 월급통장으로 깜박 속고 있는 계좌'로 보내는 수법도 많이 써. A기업 김모 홍보부장은 매달 25일 자기 월급에서 50만원을 뺀 돈을 가짜 월급통장에 보내. 물론 입금주명을 '00기업'이라고 바꾸는 거지. 여기서 핵심은 비슷한 시간에 맞춰 보내는거야. 그래야 비상금을 빼돌린 흔적을 없애고 완벽하게 아내를 속일 수 있지.


또 출장비나 수당, 기타 복리후생비는 다른 통장으로 넣어주는 회사도 있으니까 그걸 비상금 전용으로 쓰는 경우도 많대. 그런데 여기서 와이프가 급여명세서까지 보여달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정말 치밀한 아빠들은 급여명세서까지 위조해. 양식이야 맞춰서 숫자만 바꾸면 되는 거니까.


요샌 비자금 은닉수단으로 '스텔스 통장'이란 것도 각광받지. 스텔스 통장은 '적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아 존재를 알 수 없는 최신 전투기', '스텔스 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멍텅구리 통장'이라고도 불러.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같은스마트한 서비스는 되지 않고 오프라인 거래만 된다고 해서 '멍텅구리'란 별명이 붙은거야.


스텔스 통장은 본인이 신분증 갖고 창구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계좌를 조회할 수 없고 입출금 거래도 안돼. 배우자가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갖고 있거나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도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지. 원랜 보이스피싱 같은 전자금융사기 예방하려고 마련했는데 비자금 용도로 쓰이지. 신한ㆍ우리은행과 농협에서는 '보안계좌', 국민은행에서는 '전자 금융거래 제한 계좌', 하나은행에서는 '세이프 어카운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시중은행의 비밀계좌는 2012년 8만1892계좌에서 2014년 12만6383계좌로 늘었다. 2년 만에 54%나 증가했다네.


◆대여금고ㆍ조세피난처? 비자금의 세계 = 비상금이 많아지고 또 출처가 불분명해지면 비자금이 된다지. 최근엔 은행 대여금고가 부자들 사이에서 비자금 은닉처로 활용된다는 이야기가 많아. 홍준표 경남지사의 은행원 출신 와이프가 대여금고에다가 수억원의 돈을 숨겨놔서 문제가 되기도 했었자나. 불법 정치자금 조성혐의를 받고 있는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여금고에 뭉칫돈 넣어놔서 문제가 됐었지. 재임시절 기업한테 받은 비자금 규모만 9500억원 웃돈다는 썰이 있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대여금고가 문제가 됐었던 적 있었고.


조세피난처에 숨겨놓는 자금도 비자금의 일종이지. 돈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목표는 좋은말로 하면 '세(稅)테크', 나쁜말로 하면 '탈세'니까 말이야. 버진아일랜드나 케이만제도, 쿡아일랜드에 자금을 많이 숨겨놓고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숨겨두는거지. 예를들어 B선박업체는 배 19척을 홍콩 퍼에피컴퍼니 소유로 위장해 숨겨놨대. 선박에 부과되는 재산세, 소득세를 피하려는게 목적이었지. 상속세 탈루 수단으로 비자금도 많이 써. 조세피난처에 자녀나 직원명의로 위장계열사 만들어서 상속세를 안내는거지.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부자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빼돌린 돈이 893조원으로 세계 3위라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지지 않아? 우리 아빠들의 비자금과 스케일이 다르지 뭐. 그러니까 남편들 비자금 '봐도 못본척 알아도 모른척' 하는 센스가 가끔은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 깜짝 파티를 해주려고 저러겠지, 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그게 가정의 평화를 위한 길이지.



※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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