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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종은 알려라"는 이순신 장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4초

100원의 외침…시중엔 91억8200만개 풀렸는데 회수가 안돼, 나 좀 많이 써 줘

"나의 실종은 알려라"는 이순신 장군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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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100원, '성웅(聖雄)'이자 '덕장(德將)'으로 평가받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이 그려진 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1970년대만 해도 독수리 오형제 딱지며 땅콩카라멜 10개며, 모나미 볼펜도 색색이 살 수 있었지. 그런데 요즘은 찬밥이야.

영화 명량이 흥행할 때 쯤 이순신 장군이 100원에 그려진게 문제 있다는 말이 돌았어. "어떻게 값어치 낮은 100원짜리 동전에 흐릿한 얼굴만 달랑 남기게 했냐. 이순신 장군같이 훌륭한 분을!"이라고 이야기하는 네티즌들이 많았지. 이순신 장군이 학(500원)보다 낮냐, 율곡 이이(5000원), 세종대왕(1만원), 신사임당(5만원)과 견줘도 손색없는 위인이니 화폐 단위도 격상해야 한다고 공격했던 거지.


하지만 괜찮아. 지폐 금액보다 유통이 많이 되는 돈에 훌륭한 위인을 그려넣는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말이야. 시중에 풀린 동전은 6월 말 기준 자그마치 91억8200만개야. 8개 다른 화폐단위(5만원권, 1만원권, 1000원권, 5000원권, 500원, 100원, 50원 10원) 중에서도 단연 선두지. 국민 1인당(5000만명 기준)으로 치면 나를 183개나 갖고 있는 셈이야.

그런데 고민이야.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거지. 작년에 한은이 100원짜리를 357억1200만원어치 발행했으나 환수액은 82억2800만원어치에 그쳤어. 환수율이 23%였지. 100원 동전 100개를 풀었는데 20개 정도만 돌아오고 나머지 80개는 책상 서랍이나 옷장에서 뒹군다는 거지. 사람들이 나를 좀 찾아서 많이 쓰고 내가 세상 구경을 많이 좀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도그럴 것이 요즘 나를 쓰는 곳이 많지 않아. 인플레이션에 더해 또 사람들이 카드를 많이 쓰니까. 식권 자판기에도 내 구멍이 없는 곳이 많아. 신용카드를 쓰게 하거나 1000원 단위 500원 단위부터 시작하지. 무엇보다 담뱃값 보면 알 수 있어. 끝자리가 내 단위로 안 끝나는게 많거든. 담뱃값이 1997년 1100원, 2001년 1300원이었지만 2000년 1500원, 2003년 2000원, 2005년 2500원, 2015년 4500원 등 끝자리가 500원으로 결정돼.


그래도 내가 꼭 필요할 때도 있지. 마트에서 카트를 빌리거나, 아프리카 난민을 돕거나 공중전화로 급한 전화를 걸 때지. 매일 나를 하나씩 모아 100만원을 만들어 장학금 기부하는 할머니 이야기도 있자나. 그러니 나를 무시하지 말아줘.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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