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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환단고기'를 믿는 분들께

시계아이콘01분 12초 소요

요즘 소셜 미디어에 우리가 몰랐던 우리 선조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글이 부쩍 자주 올라온다. 중국 시안(西安)에 피라미드가 있는데 이집트 것보다 더 크고 많다는 낭설이 그중 하나다. 또 멕시코 아즈텍문명의 말과 풍습이 우리와 비슷하다며 우리 민족이 그리로 이주해 피라미드를 쌓고 문명을 건설했다는 이론도 보인다.


이런 주장의 뿌리가 '환단고기'다. 이 책은 1980년 즈음에 세상에 알려졌다. 1911년에 편찬 됐다는 이 책의 원전이라는 사서 4종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이 책은 우리 선조인 환족이 중앙아시아 천산을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국가인 환국을 세웠고 환국의 강역은 중앙아시아에서 시베리아 만주를 아울렀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환족이 수학을 창시했고 책력(달력) 문화의 시조이자 천문학의 종주였으며 수메르문명을 비롯해 지중해, 유대, 이집트, 인더스, 황하, 북미인디언, 아즈텍, 마야, 잉카 등 지역의 고대 문명도 환국에서 뻗어나갔다고 서술한다. 이 밖에 중국이 동이족이라고 부른 우리 민족이 중국 역사를 주도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환국 황제 7대가 3301년 역사를 이어왔고 평균 재위 기간이 약 470년이었다며 이를 환국의 황제들은 "도를 깨쳐 온 몸에 병이 없이 장생했다"고 설명한 대목에서 더 이상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혹자는 환단고기가 수천 년 전의 천문현상을 정확하게 기록했다며 위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설령 이 대목이 사실이더라도 이 책 전반을 지지하지는 못한다.


환단고기를 믿는 분들을 보면 자신의 집안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사람들이 기억하지도 반박하지도 못하는 먼 조상을 들먹이는 사람이 떠오른다. 사학은 자랑할 거리를 찾아내는 학문이 아니다. 없는 역사를 지어내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외세에 짓밟히고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 치욕은 그대로 새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 '외세'의 역사로부터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역사 공부는 '우리 역사'가 아니라 '역사 일반'이어야 한다. 그 목적은 후손들이 긍지를 지닐 역사를 써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들려줄 옛 일화가 있다. 아테네의 하모디우스 집안은 과거에 독재자 히파이아스를 물리친 공로로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이 가문의 한 사람이 자신의 정적 이피크라테스 장군을 모욕하기를 "천한 구두장이 집안의 아들 주제에 까분다"고 말했다. 이피크라테스는 "당신과 나의 차이는, 내 가문은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당신의 가문은 당신에게서 끝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세울 조상이 있더라도 중요한 건 언제나 현재와 미래다. 이 교훈을 최근 그리스가 여실히 보여줬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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