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합병 저지 무산을 계기로 재계가 경영권 방어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엘리엇의 공습을 일회성 이벤트로 여기지 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가장 시급한 ‘방패’로는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제도를 꼽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자원을 낭비하고 기업역량을 분산시킨다”며 “경영을 잘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경영진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1주1의결권’ 원칙의 예외로, 대주주 지분에만 1주당 복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차등의결권을 지닌 주식의 발행을 허용했다. 미국 최대의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차등의결권제를 채택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한 것은 1994년이 되어서부터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차입(레버리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멀쩡한 기업의 소유권을 가져가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뉴욕 증권거래소는 고심 끝에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 그 전까지는 뉴욕 증권거래소도 주식 하나에 의결권 하나를 주는 주주 평등주의를 고수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차등의결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나 구글, 페이스북 등이 차등의결권을 유지한 채 상장할 때마다 차등의결권제가 공평한지에 대한 설전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2006년에는 모건스탠리가 뉴욕타임스의 차등의결권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포이즌필은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다.
2010년 법무부에서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정치적 흐름에서 벗어나 결국 국회에서 폐기됐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제2의 엘리엇사태를 막기위해서라도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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