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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①] 폴 매카트니 1집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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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의 민낯, 비틀즈와 헤어진 매카트니의 고백

[서덕의 디스코피아 ①] 폴 매카트니 1집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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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말기에 가장 의욕적인 멤버는 폴 매카트니였다. 그는 매니저인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죽은 뒤 실질적인 리더 노릇을 하면서 음반작업을 주도했다. 링고 스타에 따르면,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 링고가 함께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면 십중팔구 스튜디오에 나오라고 독촉하는 폴이었다고 한다.


비틀즈에 열정적인 폴과 달리 나머지 멤버들은 비틀즈 이후를 꿈꿨다. 존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자기고백과 사회운동이라는 음악세계를 만들어나가며 비틀즈 없이도 자신을 만들 수 있었다. 넘치는 창작열을 분출하고 싶었던 조지에게 비틀즈라는 울타리는 너무 좁았다. 이런 사정들이 맞물린 데다 결정적으로 애플의 재정 관리인 선임 문제로 폴과 나머지 셋이 격돌하면서 결국 비틀즈는 사라졌다. 폴의 충격은 컸다.

"나는 일하는 게 좋다. 기타를 안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던 폴이지만, 이 시기에는 의욕을 잃었다고 한다. 멤버 중 가장, 그리고 지독하게도 부지런한 사람이었음을 생각하면 의외다. 이 시기 폴은 스코틀랜드에 칩거하고 있었는데, 사진작가였던 아내 린다 이스트먼은 그를 위로하며 삶의 의욕을 되찾아 주었다.


비틀즈를 뒤로 하고 폴이 택한 길은 홈 스튜디오 단위의 작업이었다. 폴은 누구보다도 비틀즈를 필요로 했던 멤버였지만, 마치 '비틀즈 없이도 나는 괜찮다'는 듯 모든 악기를 연주하며 이 음반을 만들었다.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40초가량의 첫 곡, 'Lovely Linda'는 폴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재확인해준다.

발랄한 시작과 달리 이 음반은 전반적으로 푸석하다. 'Man we was lonely'의 멜로디에는 즐거운 매력이 있지만, 나머지 곡은 대부분 평범한 연주곡이다. 대개 곡의 도입부에서 절정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따로 놀거나 별 차이 없이 밋밋하다. 20세기 최고 작곡가의 작품답게 어떤 곡도 듣기 심란할 정도는 아니지만 'Let it be'를 만든 사람의 앨범치고는 심심하다. 부지런히 명곡을 생산하던 비틀즈 시절의 폴을 생각하면 모든 곡에서 강한 의욕이 느껴지지 않는다. 존과 조지의 성공적인 솔로활동을 보면서, '나도 혼자라서 기쁘다'고 우기며 마지못해 만들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Maybe I'm Amazed" 한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들을 가치가 있다. 드디어 만난 영혼의 짝, 린다에게 보내는 이 사랑노래는 관객들이 공연에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록 발라드의 클래식이 되었다. 이 노래는 사탕발림으로 눈을 가리지도 않고 지나치게 격정적이지도 않다. 대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느끼는 아주 솔직한 감정이 민낯을 드러낸다.


미래에 대한 너무 섣부른 약속들로 점철된 가사들이 지배하는 음악 비즈니스의 시대에, 연인에게 아무 확신도 주지 못하면서도(Maybe) 자신의 불안을 고백하고 도움을 갈구하는 정말 평범한 한 남자의 이토록 솔직한 감정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 '디스코피아'는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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