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눈에 안 띄고 위치 알리는 표지도 없어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주택가나 학교 앞 등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에 눈에 띄지 않고 높이와 길이가 제각각이어서 사고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과속방지턱관련 위해사례는 3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보행자나 자전거가 걸려 넘어져 다친 사례가 28건, 차량 에어백 전개 등 차량파손 또는 운전자가 부상을 입은 사례도 5건을 기록했다.
안전방지턱의 도색상태와 높이, 길이 등에 문제가 심각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시내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375개를 대상으로 도색상태, 높이, 길이 등을 조사한 결과 98.7%(370개)가 도색이 벗겨져 있었다. 안전방지턱은 야간이나 우천 시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음을 알고 감속할 수 있도록 반사성 도료로 도색돼 있어야 한다. 즉, 반사성능이 미흡해 사고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속방지턱의 위치를 알리는 교통안전표지를 설치한 곳은 4.5%(17개소)에 불과해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통과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호형 과속방지턱 327개 중 62.1%(203개)는 높이와 길이 등 설치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며, 파손 등 형상이 변형돼 보행자가 걸려 넘어지거나 자전거, 이륜자동차에 위협이 되는 곳도 41.0%(134개)로 확인됐다.
소비자원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와 공동으로 규격(높이 10㎝)ㆍ비규격(높이 14.5㎝) 과속방지턱을 대상으로 모의주행시험도 실시했다.
시험 결과, 차체가 낮은 승용차는 속도와 관계없이 비규격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차량 하부(서브프레임)가 지면과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해 규격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보다 차량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이 약 5배 높았다. 또한 일정거리 동안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하지 않는 점프현상이 발생해 돌발 상황에서 제동, 조향장치 조작 등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더미(실험용 인체모형)를 이용한 탑승자 안전시험에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경우 규격ㆍ비규격 과속방지턱 모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60㎞/h의 속도로 비규격 과속방지턱을 통과한 때에는 승용차 2열에 탑승한 더미의 머리가 차량 천장에 부딪힌 후 무릎이 앞좌석과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자세에서 비규격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통과할 경우 탑승자의 부상도 우려됐다.
소비자원은 “과속방지턱이 눈에 띄지 않거나 안내표지가 없어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파손되거나 높은 과속방지턱을 통과하는 경우 차량파손 뿐만 아니라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과속방지턱의 시공 및 유지관리 감독 강화와 교통안전 표지판을 설치하기 어려운 생활도로의 특성을 감안한 교통안전표지 설치기준 보완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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