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얼다이를 어이할꼬" 중국공산당의 탄식…反사회통합적 행동으로 골머리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지난 5월 중국 최고 부호인 부동산 재벌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61)의 독자 왕쓰총(王思聰ㆍ27)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자기 집 개 사진을 올려 대륙 전체가 부글부글 끓었다. 견공이 그 비싼 골드 애플워치를 두 개나 차고 있었던 것이다(사진).
요즘 중국 정부가 왕쓰총처럼 철딱서니 없는 '푸얼다이(富二代ㆍ재벌 2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전했다.
지난 5월 중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푸얼다이들에게 돈의 가치를 깨우쳐줘야 한다"고 역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려움이라곤 전혀 모르고 자란 푸얼다이들의 행동을 바로잡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철없는 이들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조화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부(中央統戰部)의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중앙통전부는 비당원들에게 당의 윤리를 선전하는 기관이다.
중앙통전부는 메시지에서 "푸얼다이가 부(富)를 과시할 줄만 알지 부를 창출하는 방법은 모르고 있다"면서 "푸얼다이의 행태는 가족경영 기업의 공통된 문제로 이로써 가족경영 기업의 이미지나 신뢰도마저 훼손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정부 조사 결과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비상장 기업에서 비롯된다. 중국 비상장 업체의 85.4%가 가족경영 기업이다. 개인이나 그의 가족이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족경영 기업 가운데 75%는 향후 5~10년 사이 후계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많은 푸얼다이가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월간지 '포천 제너레이션(接力)'은 푸얼다이 가운데 65%가 가업 승계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11년 저장(浙江)성 정부의 조사 결과 가업 승계에 관심을 드러낸 푸얼다이는 겨우 35%였다.
중국의 1세대 기업인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이 시장경제로 나아가기 전 격동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푸얼다이의 세계관은 부와 특권, 유학생활 속에서 형성됐다. 따라서 중국 경제에 대한 이들의 전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들이 가업에 몸담으려 하지 않는 것은 '정부와 밀당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여기서 '밀당'이란 중국 재계에 흔한 뇌물수수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중국 기업인들은 핏줄 아닌 외부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3월호는 대만 전체 기업 중 75%, 홍콩 전체 기업 중 69%가 가족 승계 업체라고 소개했다.
가족경영 기업의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워낙 크다 보니 중국 정부는 푸얼다이들에게 좀더 생산적인 삶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70명의 푸얼다이를 모아놓고 세미나까지 열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7세로 이들 중 33%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젊은이였다.
정부 주도 세미나 주제에는 경영뿐 아니라 '효도' 등 공자의 가르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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