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예측한 3.1%에서 2.8%로 낮췄다. 수출 부진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와 가뭄 같은 일시적 충격의 영향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아니라도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4월에 3.4%에서 3.1%로 낮춘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0.3%포인트 내린 것에서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확인한다.
한은 이전에 정부와 국책연구원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렸다. 수정 전망치들을 보면 정부만 3.1%로 3%대 성장률 전망을 고수했을 뿐 대부분 2%대로 내려 잡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최소한 3%대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고 봤던 것에 비하면 한국 경제가 반년여 만에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은 것이다. 특히 모든 기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률 전망을 낮춰 온 것은 당장의 경기 전망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돼 가는 징후가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는다.
그러나 우리는 추락하는 성장률 전망 앞에서 비관론에 빠지기보다는 애써 각오를 다질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기관별로 성장률 전망치가 다르듯이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경제의 미래에 확정적인 건 없다. 자원을 얼마나 적기 적소에 투입하고 활용하며 대외적 여건, 변수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예컨대 주요 기관별 성장률 전망의 최고-최저치가 0.5%포인트 차이를 보이는데 실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상당 부분 경제주체들의 상황 대응 역량일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더 나빠질 수도,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둘째, 특히 정부가 성장률 3%대를 지킨 것에 주목한다. 이를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 의지와 함께 믿음직한 경제운용 역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사실 최근 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간 데는 메르스 사태라는 돌발 변수에 따른 타격이 크게 작용했다.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이렇게까지 크게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일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어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또 내렸듯이 대외여건 악화나 구조적 요인에 따른 영향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와 같은 대응 실패에 따른 피해는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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