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1일자 본지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관련 두 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LG가 심상찮다'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LG전자가 정부에 단통법상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건의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통 요금할인, 아이폰만 웃었다' 기사에서는 단통법 이후 분리요금제를 실시하면서 의도치 않게 아이폰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단통법을 재평가하는 후속 보도들이 잇따랐다. 때마침 단통법 시행 9개월을 맞이한 시점이기도 했다.
이에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두차례 해명 자료를 내면서 단통법 실시 이후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에 바빴다.
정부는 해명자료에서 "단통법을 통해 지금까지의 비정상적인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시장 주체별로 유불리가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소비자 혜택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말대로 단통법 이후 시장 주체별로 분명히 '유ㆍ불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 주체중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소비자의 혜택증가'만을 내세웠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 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바꾸는) 법'이다. 시장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정부는 이 사실은 숨긴 채 "그래도 소비자들이 혜택이 늘어나니까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단통법의 피해는 시장에서의 약자, 먹이사슬의 하단에서부터 나타났다.
일차적인 피해자는 이동통신 유통점이다. 지원금이 투명해지고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되면서 유통점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유통점의 폐점이 속출하자 방통위는 현재 '이통사-유통점간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마저도 이통사 직영점 출점 제한 등 몇가지 쟁점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상생방안이 마련된다고 해서 유통점이 다시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그 다음 피해는 이번에 문제가 된 LG전자다. 이통사의 지원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삼성과 애플에 비해 브랜드가 약한 LG전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LG전자의 점유율이 20%대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 애플의 점유율 확대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들어 단통법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신제품이 출시됐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LG전자의 점유율이 낮아진 점, 아이폰이 국내 출시된 지 이미 오래 지났다는 점 등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맞은 놈은 아파 죽겠는데, 때린 놈은 괜찮다고 우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LG전자가 출고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LG전자에게 중국 샤오미랑 경쟁하라는 얘기와 같다. LG전자가 출고가를 낮추면 이 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정부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고, 이 과정속에서 누군가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그들을 보듬어 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선의에 의해서 단통법을 제정했다는 데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단통법의 긍정적인 면을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단통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 한번쯤 귀를 기울여볼 필요도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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