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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몬스터]내겐 칠성사이다가 '株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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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격호보다 더 많은 롯데칠성주 사들인 사나이
-가치투자자 이채원의 '뚝심으로 돈벌기'


[머니몬스터]내겐 칠성사이다가 '株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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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롯데칠성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종목이었다. 살아 생전에 다시는 그런 종목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27년.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30년 가까운 투자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으로 '롯데칠성'을 꼽았다. 그는 롯데칠성을 최저점에 가까운 6만원선에 매입해 4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팔았다.


그가 롯데칠성에 처음 눈길을 준 것은 199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동원밸류 이채원 1호' 펀드를 운용했을 당시다. 그가 꼽는 가치주의 조건은 성장성(미래가치), 수익성(현재가치), 안정성(과거가치)이다. 롯데칠성은 당시 연이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뛰어났지만 이 부사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안정성이었다. 롯데칠성이 강남에 보유한 사이다 야적장의 토지 가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칠성 주가는 10만원. 그가 판단한 적정주가는 30만원으로 3분의1에 불과했다. 이 부사장은 가치주로 찍은 롯데칠성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9만원, 8만원, 7만원으로 떨어졌을 때도 롯데칠성을 계속 사들였다.

롯데칠성을 얼마나 많이 매입했던지 당시 이 부사장이 사들인 롯데칠성 지분율은 전체 상장주식수의 18.4%까지 확대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들고 있던 지분율(17.5%)을 넘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시장은 이 부사장의 편이 아니었다. 2000년 밀레니엄 열풍에 정보기술(IT)주가 주도하는 장이 펼쳐진 것이다. 1999년 10~12월 SK텔레콤, KT, 새롬기술 등 기술주가 급등하면서 같은 해 1~9월간 수익률이 127%에 달했던 이채원 펀드는 그야말로 박살이 났다. 펀드에 담았던 롯데칠성, 농심, 유한양행 주가가 급락하면서 10~12월 석달간 수익률은 급기야 -40% 가량을 기록했다. 사무실은 고객들의 항의 전화로 빗발쳤고 이 부사장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는 "IT 버블 속에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고 고객들의 투자원금이 깨지면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오를 것으로 판단했던 롯데칠성 주가가 6만원까지 떨어지니 투자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고 나를 의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회상했다.


당장 차를 타고 롯데칠성 사이다 야적장이 있는 서초동으로 달려갔다. 롯데칠성이 실제 보유한 땅 규모가 1만1700평이 맞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땅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졌다. 이 부사장은 안도했다. 당시 그 땅의 가치는 평당 3000만원으로 롯데칠성이 보유한 땅 가치만 3500억원은 족히 됐다. 롯데칠성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만큼 회사가 망하더라도 땅을 팔아 손에 수익을 쥘 수 있었다.


롯데칠성에 대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 부사장은 연말 잠시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2000년 4월 복귀 후 회삿돈 700억원을 운용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롯데칠성을 매입했다. 시장과 타협하지 않았다. 더 사고 싶다는 욕망과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그는 6만원선을 저점으로 롯데칠성 주식 매입을 끝냈다. 그 때가 바닥이었다. 이후 5만5000원까지 떨어졌던 롯데칠성 주가는 IT 버블 붕괴와 함께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롯데칠성 주가가 적정가치라고 판단했던 30만원 수준으로 상승하자 이 부사장은 미련없이 주식을 털어냈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는 유효하다는 것을 롯데칠성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욕망과 두려움은 다스려야 하는 것이며 결코 가치투자의 원칙과 철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시 이 부사장은 롯데칠성과 함께 유한양행, 코리안리,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등 내수 1등주 등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회삿돈 700억원을 운용한 지 6년만에 400%가 넘는 수익률을 내며 2100억원을 벌어다 줬다. 2000~2006년 코스피 수익률이 65%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였다.


이 부사장은 최근 화장품, 바이오주 강세장은 2000년이 오기 직전의 IT 버블과 일정 부분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버블 속에서 롯데칠성과 같은 가치주를 찾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는 종목만 가는 장세에서는 가치에 비해 소외된 종목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라며 "화장품, 바이오주 거품이 끝나면 정보기술(IT)주와 보험, 철강, 금융, 유통 등 억눌려왔던 대형 가치주가 주목받는 새로운 스테이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IT 버블 속에서 가치주인 롯데칠성이 소외됐던 것처럼 최근의 화장품, 바이오주 강세장 속에서도 소외된 가치주를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의 원칙은 첫째는 돈을 잃지 않는 것, 둘째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며 "시장과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가치투자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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