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필·차등의결권제도 내국민 피해…외국인투자 제한 요건 강화 필요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9일 "외국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기간 산업에 대한 합병ㆍ취득ㆍ인수 등을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해외투자자들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부 기자였던 1996년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려 했을 때 프랑스 민영화위원회가 프랑스의 선진기술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이유로 불허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당시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제도적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이 법을 착안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현재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안보, 공공질서 유지, 환경보호, 법령 위반 등의 사유 외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외국인투자 제한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인투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구체적으로 미국의 엑슨 프로리오법의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기업에 대한 합병ㆍ취득ㆍ인수 등을 시도할 경우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이를 심사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을 하면 대통령이 해당거래를 금지 또는 정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 의원은 "(헤지펀드와 같은) 외국인투자로 인해 국가 전반의 경제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면 이는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번 법안은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과 전혀 다른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삼성-엘리엇 분쟁 이후 재벌들이 언론을 통해 포이즌필제도나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같은 제도는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수용할 수 없었다"며 "이같은 요구 대신에 외국의 예처럼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이번 법 역시 그동안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발의했던 법들과 함께 패키지 형태로 발의하는 것"이라며 "국민경제를 위한 보호장치 마련과 재벌 지배구조 등 우리나라의 잘못된 병폐를 고치는 문제 등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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