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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잊어라…"중국發 충격이 세계 경제에 더 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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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블랙스완'(black swan·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져 오는 사건)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꺼내고 싶지 않은 문제, 위험). 세계 주요 언론들이 최근 중국 주식 폭락 사태를 다루며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14억 인구가 살고 있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증시 폭락이 그리스 재정위기 보다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재무부와 백악관의 경제 관리들이 중국 주식시장 동향을 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적으로 미칠 잠재적 영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 증시 폭락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국 시장이 세계 시장과 분리돼 있어 미국 경제의 즉각적인 위험 노출도는 적지만 증시 폭락이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그리스 사태와 중국 경제 성장 불확실성이 지금 당장 금리를 인상할 수 없게 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그리스는 경제 규모가 작은데다 12일을 목표로 국제 채권단과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어 탈출구가 보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은 정부가 지난 10일 간 매일같이 증시 부양책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식시장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상하이종합지수는 30% 넘게 떨어졌다. 증발한 시가총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주식시장 혼란이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철광석, 구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2009년 수준으로 폭락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월간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자산의 약 14%를 주식에 쏟아 부었던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나타나는 소비 시장 냉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7% 경제 성장률 목표를 가까스로 지켜내고 있는 중국 경제가 이번 증시 폭락으로 성장률이 더 내려가고 결국엔 세계 경제 회복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 증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중국인들이 그동안 저축할 돈을 모조리 주식 투자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투매가 계속되면 중국 사회 전반에 불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경제 성장률은 더 깊숙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출간된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 프레이저 하우위 전 CLSA 아시아 총괄이사는 는 "중국 주식시장은 실물 경제와 바로 연결돼 있다"면서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프리드릭 뉴먼 HSBC 아·태지역 리서치 공동대표도 "중국서 발생하는 상황은 앞으로 수 주 혹은 수 개월에 걸쳐 그리스가 촉발할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몇 주 전 투자자들에게 중국 관련 주식을 팔라고 권고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상하이종합지수가 향후 1년 안에 325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티그룹도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주식 투매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의 가격 결정력을 높이는 쪽으로 금융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의지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 하락한 3437.15를 기록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오전 10시14분 현재 2% 넘게 빠지고 코스피가 4개월여만에 장중 2000선 아래로 주저앉는 등 중국발 충격을 아시아 주식시장이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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