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부가 지난해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하면서 삭감한 예산에 대해 정부부처가 타사업 예산을 임의로 전용해 편성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전부처 홍보비 절감 차원에서 '정책기반 구축' 사업의 홍보비 1억원이 삭감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타사업 예산 2억5000만원을 전용해 홍보비를 집행했다. 지난해 복지부는 기초연금 홍보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져 예산심사 과정에서 홍보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 스스로 예산을 전용함으로써 예산 삭감 취지를 거스른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국회가 예산안 심사 시 홍보 예산을 감안한 정책적 취지를 존중한다면 보건복지부는 홍보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홍보예산을 절약한 후 절약된 예산으로 신규 홍보를 추진하는 등 편성된 예산 한도 내에서 홍보비를 집행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노력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예산전용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콜센터 홍보 등 신규 집행 요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의 경우에는 국회가 '한ㆍ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증액한 1억원의 예산 가운데 7700만원을 정상 및 총리외교 사업 운영비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한 뒤 다른 사업 예산으로 사용하거나, 예산을 너무 적게 편성해 다른 사업 재원을 가져다 쓰는 사례도 있었다.
국방부는 2012년부터 부사관 인건비 예산이 부족했지만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다른 사업 예산을 전용해 재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부사관 인건비 부족분을 마련하기 위해 335개 사업에서 1294억원의 예산을 전용해 재원을 마련했다. 반대로 통신물자 획득(25억1400만원)이나 일반의무장비 취득(30억6500만원) 등의 경우에는 2년 이상 반복해 과다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예산 등은 다른 사업 등에 전용됐다.
예산정책처는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한 후 다른 사업 재원으로 집행하거나 과소하게 편성한 후 다른 사업의 재원을 가져와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를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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