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경쟁률 높은 아파트에 숨겨진 비밀

'P(프리미엄)'때문에 '피'터지는 청약시장'
당첨되면 로또 2등…개발호재 많은 지역 역시 인기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혜정 기자]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요즘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2년 전 화성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 봄 입주했는데 분양 당시보다 웃돈(프리미엄)이 6000만원 가량 붙었기 때문이다.

당장 팔 집도 아니고, 시세차익이 실현된 것도 아니지만 어쨋든 집값이 크게 오른 탓에 신이 났다. 장씨는 종종 끼니를 걸러도 배 고프지 않다는 얘길 한다.

요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청약 경쟁률 100대 1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주택형으로 세분해서 보면 1000대 1을 넘긴 곳도 있다.

지방이 더 강세다. 지난 4월 청약을 접수한 부산시 '부산광안 더샵'은 379대 1로 올해 전국 최고다. 부산시 '해운대 자이2차'는 363대 1로 마감했다. 대구시 '동대구 반도유보라'(274대 1), 위례신도시 '위례우남역푸르지오 3단지'(201대 1), 경남 창원시 '창원가음 꿈에그린'(185대 1)이 뒤를 이었다. 올 상반기 청약 경쟁률 상위 10곳 중 8곳은 지방이다.

경쟁률 100대 1이 넘는 곳은 모두 분양 가구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위 10곳 중 일반분양이 500가구를 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300가구가 넘는 곳도 3곳에 불과하다.

서울 등 수도권 택지지구도 못지 않다. 위례신도시 '위례자이'가 지난해 10월 1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래 지난달에는 '위례우남역푸르지오'가 161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지난 주 청약한 광교신도시 '광교더삽'(30대 1)이나 '광교아이파크'(32대 1),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6.0'(63대 1) 등도 경쟁이 치열하다.

◆당첨되면 로또 2등=인기 비결은 '돈'. 청약광풍이 불었던 아파트에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웃돈이 붙은 것이다. 당첨만 되면 '로또 2등' 정도는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부산광안 더샵' 전용면적 101㎡에는 두달 새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 같은 달 분양해 높은 청약 경쟁률로 화제가 됐던 '울산약사 더샵도 7000만원 가량 웃돈이 붙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어느 단지가 당첨돼도 웃돈이 5000만원 이상이다. 앞서 분양한 단지 중 수변공원이 보이는 로열층은 억대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 때문에 사람이 몰렸는지 이 곳에선 '떳다방' 특별단속이 종종 벌어진다. 하남시 미사강변지구나 동탄2신도시, 광교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광교신도시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광교' 전용 97㎡는 4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었는데 호수가 보이는 고층은 최대 1억원까지도 값이 치솟았다.

올 초 본격 입주가 시작된 동탄2신도시는 분양가보다 평균 5000만~6000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인근의 기존 아파트값이 오르고, 그 사이 분양가가 그 만큼 뛰지 않았다면 결국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에 웃돈이 붙게 된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발호재 많거나 공급 가뭄지역도 인기=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이나 해당 지역에서 오랫만에 등장한 새 아파트도 인기가 좋기는 마찬가지다. 주거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인기는 결국 돈으로 연결되고, 그렇다보니 실수요건 투자자건 몰리게 돼 있다.

위례나 하남미사, 광교 등 결국 뛰어난 입지가 경쟁력이다. 개발호재ㆍ편리한 교통ㆍ자연환경 등은 결국 '뛰어난 입지'를 포함하고 있다.

동탄2신도시는 삼성 사업장을 인근에 둔 직주근접 수도권 택지인데다 수서발 KTX 개통 등 겹호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은 택지지구로 꼽힌다.

'동대구 반도유보라'가 273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마감된 것도 결국 이 지역의 집값 상승세와 높은 전세가율이라는 시황에 동대구복합환승센터라는 개발호재가 얹어졌기 때문이다.

공급가뭄 지역의 성적도 나쁘지는 않다. 지난달 초 경기도 일산신도시에서 분양한 '킨텍스 꿈에그린'은 1순위에서 2.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고, 삼성물산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선보인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도 평균 1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둘은 이 지역에서 각각 14년, 10년 만에 나온 새 아파트다.

금호건설이 분양한 구미시 '형곡 금호어울림 포레'는 이 지역에서 10년 만에 공급된 단지로 54대 1을 기록해 대박을 친 사례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김민지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하반기 분양시장도 청약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공급 과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입지에 따른 온도 차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공급이 너무 많아 조만간 그 후유증으로 주택경기가 급격히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며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불안정한 대외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