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오히(반대)'. 5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들은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협상안을 거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개표결과 반대는 61.32%, 찬성 38%로 집계됐다. 투표 시작전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무색하게 한 결과다.
더 이상 긴축은 안된다는 민의가 찬성 여론을 압도했다. '반대가 클수록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 채권단으로부터 더 좋은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원칙론을 고수하며 찬성을 압박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 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국영 ERT TV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는 협박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는 투표 결과에 대해 "위대한 승리"라고 표현하며 "그리스는 강력해진 힘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됐다"고 자신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국제 채권단과 의견이 일치되는 점을 찾을 것"이라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동시에 채권단과의 협상 재개 방침을 확인했다.
유럽연합(EU)측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6일 오전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이 전화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한다. 또 이날 저녁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파리에서 만나 대응 방안 협의에 나선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일 저녁 6시(한국시간 8일 새벽 1시)에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미래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채권단과의 합의에 실패할 경우 그리스는 기술적 디폴트(지급불능)을 넘어 전면적인 부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유로존에 남겠다는 치프라스의 발언과 달리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하듯 금융시장에서 유로ㆍ달러 환율은 1.1달러대가 붕괴됐다. 유로화 가치는 전날 보다 1.2% 하락한 1.0977달러를 기록 중이다. 유로화는 엔화와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각각 1.8%, 1.1% 하락하고 있다. 뉴욕증시 지수 선물도 하락 중이다. 이날 오전 8시1분 현재 호주 시드니 주식시장에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1.6% 하락한 2036.50에 거래됐다. 오전 9시 40분 현재 일본 증시에서 니케이 225 지수는 1.2% 하락 중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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