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과 수사진척 어려워 표류할 것이란 시선도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 결과를 두고 "몸통은 커녕 깃털조차 뽑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특별검사제 도입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검 도입 과정과 수사 진척이 난항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검찰 특별수사팀은 2일 성 전 회장이 사망하며 남긴 메모 속 인물 8인을 모두 불구속하며 수사를 일단락 했다. 기소된 인물도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둘 뿐이다. '친박'핵심이라 불리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 시장, 서병수 부산 시장 등은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냈다. 수사가 '친박'핵심만 피해갔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아울러 검찰이 형평성에 어긋나게 서면ㆍ소환조사 기법을 활용했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은 "140여명의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했다"고 했지만 정작 리스트 8인 중에는 세명만 불러 조사했다. 나머지 인물은 '서면조사'로 끝냈다. 검찰은 리스트에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리스트에 없는 소환 조사했다.
더구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도 여권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많다. 검찰은 이날 건평씨가 사면 대가로 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취했지만 공소시효 완료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리스트 속 2인이 기소된 이유와 6인이 불기소된 이유는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를 두고 "진인사(盡人事 ㆍ할수 있는 일을 다했다)를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는 부실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수사가 핵심을 비켜간다는 지적에 특검론도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은 검찰 수사결과를 "몸통은 커녕 깃털조차 뽑지 못한 초유의 부실수사"라며 특검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권도 "애초 우리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경진 변호사도 "특검이 아마 도입될 것이다. 여당도 자신 있게 특검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특검 도입을 위해서는 여야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여야가 선호하는 특검의 방식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권의 경우 "상설특검법을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상설특검으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특검 추천에 의해 여당 측 인사가 수사팀에 다수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별도특검을 선호한다.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특검추천권을 여당에만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부실수사 때마다 여야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의 주안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야권은 기존의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관련된 의혹을 중점으로 본다. 반면 여권은 성 전 회장의 사면 로비 의혹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사면 부분은 사실 끼워 넣기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악착같이 요구할 경우, 야권 쪽에서 특검을 꼭 해야겠다 싶으면 그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현재의 '부실수사'의혹을 완전히 해소해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 향후 수사를 대비해 단서를 없앴을 가능성이 있다. 또 뇌물을 줬다는 이가 사망한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들어온다고 한들 수사 성과가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교수도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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