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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자동차가 내 준 자리, '보행자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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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자동차가 내 준 자리, '보행자 낙원'으로 여형구 국토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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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사랑하는 도시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는 갖가지 문화행사와 장터가 열리는 뉴욕 시민의 휴식처다. 이곳에서는 보행자가 자동차를 의식하지 않고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로를 따라 걷는다. 상점을 구경하고 거리 공연을 관람한다.


맨해튼을 방문한 많은 분들은 이러한 매력적인 모습을 기억하곤 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차로 꽉 막힌 도로를 줄여 보행자가 쉽게 걷고 머물 수 있는 녹색공간을 확보해 도심에 낭만과 활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기존 도로와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거대도시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오아시스 같은 유니온 스퀘어가 대중교통전용지구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발 단계에 있을 때에는 도로를 넓히는 데 교통정책이 집중되었다. 자동차 수가 증가함에 따라 도로는 혼잡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였다. 포장도로를 기준으로 도로연장은 1994년 5만7000㎞에서 2014년 8만8000㎞로 무려 54%나 늘어났다. 하지만 그 사이 자동차 수는 140%가 증가하여 2014년 말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대를 넘어섰고 도로확충만으로는 자동차의 증가추세를 따라잡기가 어렵게 돼버렸다.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니 교통이 정체되고 도심은 혼잡해졌다.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으로 인해 환경까지 악화되었다. 이로 인한 교통혼잡 비용은 2015년 3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환경 분야 예산의 5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하드웨어적 접근방식에서 탈피하여 교통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게 되었다. 체계적인 수요 관리를 통한 승용차 이용 제한, 보행자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문화, 친환경 녹색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놓여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도심 상점가 도로의 폭을 축소하여 버스 등 대중교통만 통과하도록 하고 도로변에 보행자를 위한 휴식ㆍ문화ㆍ상업공간을 조성한 곳을 말한다. 현재 전국 3곳에서 운영 중이다. 2009년 대구 중앙로가 대중교통전용 시범지구로 첫 개통된 이후 2014년에 서울 연세로, 2015년에 부산 동천로가 개통되었다.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가 걷고 싶고 즐기기 위해 머무는 거리로, 침체된 상권은 문화예술이 연중 열리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창조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할 때만 해도 차량통제로 인한 불편, 지역상권 침체 등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시범사업을 추진해 본 결과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시의 삶에 건강한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해보니 개통 1년 만에 대구 중앙로는 버스 이용객이 23%, 보행 통행량이 18%, 상권 점포 수가 10% 증가했다. 대중교통 이용 증대와 지역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연세로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교통사고가 전년 대비 34% 감소하고, 시민 만족도는 사업 시행 전 12%에서 시행 후 70%로 대폭 향상됐다.


시민 만족도가 높고 대중교통 활성화와 도심 상권 부활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정부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대도시권뿐 아니라 중소 도시로 확대한다. 지방자체단체와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거점사업도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이제 새로운 도시 모습에 익숙해지자.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자 거리를 넓히면 도시 풍경을 한층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보행 친화적 도시의 개막을 알리고 보행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형구 국토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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