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노조 제시한 수정안 "합병 결정 외부전문가에 맡기자"

하나금융 "합병 후 노조 유지 요구, 밥그릇 챙기기 행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하나금융그룹이 1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제시한 2.17합의서 수정안을 공개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 합병에 대해 오는 6일을 합의 시한으로 정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가 응하지 않아 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날 "직원들이 통합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제안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며 "노조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어 부득이 노사 양측의 수정 제시안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공개한 외환은행 노조의 합의서 수정안은 2.17합의를 노사정 합의서로 인정하고, 통합의 세부사항을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합병 여부를 외부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자는 내용과 함께 통합 후 외환은행 노조의 유지와 분리교섭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나금융은 노조의 수정안이 통합을 위한 양보안이 아니라 기존 2.17합의서의 구속력을 더욱 강화한 안이라고 지적했다. 2.17합의서는 2012년 2월17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약속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합의서를 뜻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수 많은 합의 전제조건 제시해 통합 의지 없이 시간끌기 전략을 사용했다"며 "수용 불가능한 조건 제시로 통합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역 제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공개된 노조의 수정안은 지난 5월15일 공개된 사측 수정안에 대한 답변의 성격으로 지난달 2일 노조가 사측에 건넨 것이다.

또 전문가위원회가 합병 시점을 결정토록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일축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전문가위원회는 노사 추천 2인과 이들이 추천하는 1인의 5인으로 구성해 3인의 찬성으로 의견 제시한다는 것"이라며 "1인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됨으로 통합에 대해 노사간 이견으로 현실적으로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통합후에도 노동조합 유지 및 분리교섭권 인정해 달라는 것은 직원들의 실질적인 혜택 보다는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형적인 자기밥그릇 챙기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사측의 수정안에는 통합 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외환은행 직원의 근로 조건을 유지하며 전산 통합 전까지 직원 교차 발령을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노조는 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5대5 대화를 제의해왔지만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외환은행장을 제외하고 그룹 회장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시간끌기 전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이에 외환은행 경영진이 외환은행장을 포함하는 5대5로 대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외환노조는 끝내 대화에 나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