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현재의 청년실업사태가 경기불황이나 저성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학벌을 중시하는 '초고학력' 현상과 '고령화' 문제가 충돌하면서 빚어진 사회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청년실업 전망과 대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청년 실업 문제가 대졸자 공급 과잉 현상과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20년전 대학문턱을 낮췄던 근시안적 정원 자율화 정책이 대졸자 공급과잉을 낳았고 취업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설명이다.
1990년까지만 해도 20만명(진학률 33.2%)이던 대학진학자 수는 1996년 정원자율화로 27만명(진학률 54.9%)으로 늘었고, 지난해 36만명(진학률 70.9%)을 넘어섰다. 반면 대학진학 대신 취업전선에 뛰어든 고졸자수는 1990년 26만명에서 1996년 22만명, 지난해에는 6만명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대한상의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사상최고치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했던 08~11학번 세대들이 대입 후 사회진출까지 7년이 걸린다고 가정했을 때 2016년 31만9000명, 2017년 31만7000명, 2018년 32만2000명 등 매년 32만명씩 사회로 배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취업문은 향후 3년간 크게 좁아진다. 내년부터 2~3년에 걸쳐 정년연장조치가 시행되면서 올해 1만6000명인 대기업 은퇴자는 2016년 4000명, 2017년 4000명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정년연장 적용이 1년 유예된 중소기업 은퇴자는 2016년 17만5000명에서 2017년 3만8000명, 2018년 4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올해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9.5%를 기록할 것이며 수급불균형문제를 해결 못하면 향후 전망도 비관적이라면서 2016년 9.7%, 2017년 10.2%, 2018년 9.9% 등 실업률 고공행진을 예상했다.
초고학력사회 문제에 정년연장조치가 겹쳤기 때문으로 신입직원 평균연봉의 3.1배(제조업체 생산직 근로자의 초임대비 30년 근속자 임금 배율)인 고임금 근로자의 은퇴가 지연되는 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청년실업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대학진학목적의 조기교육 대신 취업 등을 포함한 선진국형 조기진로지도 ▲임금피크제 조기정착 ▲규제개혁 및 청년창업 활성화 등의 대책을 주문했다.
또한 초고학력현상 타파를 위한 조기진로지도를 요청했다.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는 매년 40만명 정도인데(대학 30만, 대학원 10만) 이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신규 일자리는 매년 16만개(정부 1만8000개, 공기업 2만2000개, 30대 그룹 12만개)에 불과해 이제는 '대학진학=좋은일자리' 등식이 깨졌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준비가 중학교, 초등학교로까지 역류하는 조기교육풍조 대신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기진로지도를 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인문계와 이공계 대졸자간 수급괴리 해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취업시장에는 인문계 졸업생의 90%가 실업자라는 이른바 ‘인구론’이 회자되는 실정이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조기정착시켜 좁아진 취업시장 문을 넓혀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현재의 청년실업문제에는 인재에 대한 미래사회의 수요 대신 학벌중시풍토에 동조한 20년전의 근시안적 교육개혁, 초고학력세대 대신 고령화세대에 대한 일자리 고민이 앞섰던 2년전의 임기응변식 정년연장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경제적 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와 학계, 기업과 근로자 등 기성세대들이 책임감을 갖고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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