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애플워치 국내 상륙'…명동 프리스비, 7시 오픈
전날 밤 9시부터 대기번호 받고 새벽에 다시 나와 긴 줄
"디자인+제품간 연동이 애플 제품 매력…애플워치 '탭틱' 기능 기대"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어젯밤 대기표를 받아온 후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오지 않더군요."
장맛비가 시작된 초여름, 비구름 사이로 아직 해가 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새벽. 서울 명동 한 복판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못해도 150명은 되는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혼자서 음악을 듣거나 친구, 연인과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26일 애플이 국내 시장에 '애플워치'를 정식 출시하면서 누구보다 먼저 제품을 손에 넣고 싶었던 소비자들은 새벽부터 긴 행렬을 만들었다. 매장 입구에 가까이 서 있는 대기자들은 어젯밤부터 나와 대기표를 받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박상후(28)씨는 "애플 커뮤니티에서 어제 저녁 때부터 대기번호를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달려왔다"며 "친구가 쓰고 있는 애플워치를 미리 본 적이 있는데, 탭틱(터치시 진동) 기능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디자인이 예쁘고 제품끼리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애플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아이폰3Gs'부터 줄곧 아이폰을 사용했다.
이미 애플워치를 일본 구매대행으로 사용하고 있는 엄유성(29)씨는 "제품이 좋아서 지인 선물용으로 애플워치 스포츠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엄씨는 빠른 구매를 위해 어제 오후 10시께 나와 대기번호 9번을 받았다. 그는 주변 구경을 좀 하다 새벽 5시 반께 다시 줄을 섰다며 웃었다.
1호 구매자는 40대 이모씨였다. 오전 7시 명동 프리스비 매장 오픈과 함께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가장 먼저 입장한 이씨는 애플워치를 처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사실을 기뻐하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는 123만9000원 상당의 애플워치 스테인리스스틸 링크블레이스 실버 42mm 제품을 구매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애플워치와 애플워치 스포츠 제품을 나란히 구매한 김수태(28)씨는 제품 보호필름까지 구매한 후 가뿐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서며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반 매장에 들어선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제품은 애플워치 스포츠 블랙과 애플워치 블랙 알루미늄 제품이었다. 애플워치는 스포츠, 기본형, 에디션 등 세 종류에 크기 별로 38mm, 42mm 모델이 있다. 밴드 매치를 달리하면 총 54종이 된다. 이에 따라 가격도 43만9000원부터 22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2200만원을 호가하는 애플워치 에디션은 예약판매로만 진행한다.
이경수 프리스비 명동지점장(31)은 "메르스 여파 등으로 인해 지난해 아이폰6 출시 당시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고객들이 대기번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국내 출시 때 명동 프리스비 매장 앞에는 300여명이 아이폰 구매를 위해 장사진을 이룬 바 있다. 이날은 150여명이 대기번호를 받고 애플워치 구매를 위해 대기했다.
이 지점장은 "애플워치는 타사 브랜드 워치제품보다 다양한 시곗줄을 갖추고 있어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기에 좋고, 아이폰 사용자들이 간편하게 메시지 확인이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명동 프리스비 매장을 방문한 애플 관계자는 "궂은 날씨 등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첫 날 출시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애플워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멕시코,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대만에서 출시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미국, 캐나다, 중국, 홍콩, 일본, 호주,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1차 출시된 바 있다. 출시 초반 애플워치는 선주문이 시작된 지 6시간이 채 되지 않아 공급 물량이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는 최고가 모델인 12만6800위안(약 2234만원)짜리 애플워치 에디션이 예약주문 1시간도 안 돼 동이 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511% 증가한 2810만대 수준으로 봤다. 이 가운데 애플워치가 1540만대로 전체의 54.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첫 스마트시계 애플워치가 전 세계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스마트시계 시장 전반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LG전자 등과의 '시계 대전' 역시 본격적으로 불붙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LG전자는 지난 3월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탑재로 자체 통화가 가능한 'LG워치 어베인 LTE'와 디자인을 강조한 'LG워치 어베인'을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올 가을 베젤(테두리)을 호전시켜 기능을 조절하는 원형 스마트시계 '오르비스(가칭)'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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