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경험이 있는 청년 가운데 과반수가 이른바 '열정 페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두 명 중 한 명 꼴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줬다는 구실로 보수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만 19~34세 청년 52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오늘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 중 53.6%(2799명)가 '열정 페이'를 경험했다.
'정당한 근로 대가 미지급'과 '직무교육 미제공' '약속한 각종 혜택 불이행' '불합리한 차별' 등 열정 페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현장실습이라는 이유로, 이력서에 경력 한 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라는 이유로 청년들의 노동력에 대한 '착취'가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너는 정식직원이다, 우리의 일원이다'라고 하면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시키고 정작 주는 돈은 교통비 겸 식비로 30만원이 전부였어요." "산학실습이라는 명목으로 하루에 1만원씩 주면서 체계적인 교육은커녕 12시간 동안 잡무를 시켰어요."
이 같은 청년들의 하소연에는 2중으로 열악한 우리 사회 청년들의 취업현실이 녹아 있다. 즉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그래서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갖은 불이익을 당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더욱 착잡한 것은 열정 페이를 경험했을 때 청년들의 대응이다. '그만두거나'(16.0%), '문제제기가 필요하다'(6.5%)고 생각하는 등 적극적 대응을 택한 청년은 22.5%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부당하지만 사회생활의 한 부분'(41.1%)이라고 생각하거나 '어쩔 수 없다'(11.3%)고 체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기와 진취성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들을 사회 진입의 입구에서부터 좌절감과 냉소를 갖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위는 열정 페이가 아닌 청년과 고용주가 상호 존중 하에 함께 성장하는 '윈윈 페이'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위가 밝힌 것처럼 청년들은 본인 스스로 일 경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당한 보상과 권리를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고용주들부터 먼저 고용조건을 계약서나 협약서 등으로 명확히 한 후 성실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 정부당국은 청년들의 고용조건과 관련해 이들의 법적 지위를 분명하게 해 각종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기가 꺾이게 해서는 나라의 장래가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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