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가 오늘로 반세기를 맞았다. 1965년 오늘,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기본조약과 부속 4개 협정에 서명하면서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수교 50주년을 맞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지난 한일관계를 돌아보고 더욱 발전적인 양국 관계에 대해 숙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일관계가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이라고 할 만큼 악화돼 있는 현재 두 나라 관계의 과거와 과제에 대해 진단하고 성찰하는 것은 한국이 동북아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한일 수교는 상당한 필요성과 체결 후 특히 한국 경제에 대한 적잖은 기여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지나친 비밀 협상에다 '물밑 거래'에 대한 의혹, 친일 이력을 지닌 이들이 주도한 당시 군사정권 측의 저자세 등은 거센 국민적 반발을 불렀다. 결국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할 일본의 과거 침략과 과오에 대한 사죄와 반성,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의 내용이 빠진 채 협정이 맺어지고 말았다.
그같은 '봉합 타결'은 두고두고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 그런 점에서 한일 협정은 완료된 게 아니라 사실은 미완이었다. 협정의 허점과 미비점들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가 지금에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그같은 인식은 최근의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주체적인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의 외교 역량이나 전략적 안목은 매우 우려된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동북아 사회에서 급속히 외교의 주도권을 놓치고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행적 역사관으로 대별되는 일본지배층의 기류가 미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거침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두 나라 정치외교 관계의 악화는 경제 문화는 물론 국민 감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일 양국 정상이 오늘 저녁 이례적으로 상대국 대사관 기념식 리셉션에 교차 참석해 축사를 하기로 한 것이 그래서 매우 주목된다. 이런 작은 변화가 새로운 한일관계 50년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는 견실한 역사인식과 함께 국제 정세에 대한 넓은 시야에서 나온 전략적 안목으로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데 더욱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8월에 발표할 담화가 어떤 내용이 될 것이냐도 일정 부분 그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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