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과 1차 특허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전원합의체 재심리 요청
항소심서 디자인 특허 1심 판결 수용한 부분 문제 삼아
"디자인 특허 하나 침해했을 때, 전체 이익 해당하는 배상금 부과는 과해"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1차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했다. 지난달 1차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정을 얻어냈으나 디자인 특허 부분이 1심과 동일하게 침해로 결론났기 때문이다.
22일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지난달 항소심 판결 가운데 디자인 특허 관련 부분에 대해 전원합의체가 재심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특허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 상고 외에도 같은 재판부에 재심리를 신청하거나 전원합의체 심리를 신청할 수 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삼성 제품의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1심 배심원단이 판단한 내용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항소법원은 트레이드 드레스와 관련된 판결을 1심으로 환송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상품의 외관이나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다. 한마디로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첫인상과 느낌, '룩앤필(Look&feel)'을 말한다. 1차 1심 당시에는 삼성이 애플의 '직사각형에 둥근모서리'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인상과 느낌을 베껴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침해됐다는 판결이 난 바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1차 소송 배상액 9억3000만달러(약 1조104억원) 가운데 트레이드 드레스 관련 3억8200만달러(약 4150억원)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구한 것은 지난 달 항소법원 판단 가운데 삼성의 애플 디자인 특허 침해와 관련, 1심 판결 그대로 수용한 부분이다. 항소심에서도 특정 디자인이나 기능 관련 특허 침해 시 이를 침해한 쪽에서 해당 기기의 전체 이익에 관해 배상이 이뤄져야 하는지가 논의의 쟁점이었으나, 결국 1심에서와 같이 이 부분이 그대로 인정됐다.
삼성은 디자인 특허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침해했을 때, 제품 전체 이익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다. 요청서에서 삼성 측 변호사는 "카펫이나 숟가락, 간단한 기계장치와는 다르게 스마트폰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서로 다른 특허 기술을 포함한다"며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은 기기의 일부분에 국한됐다는 사실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배심원들의 전문성 역시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기술 특허는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플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포스페이턴츠는 전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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