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흡연율 감소' 의미 퇴색..서민증세 논란도 재가열 될 듯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올해 초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담배 소비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1월 34억개비였던 담배 반출량은 4월부터 50억개비를 넘어서 이번에도 금연이 작심 3개월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흡연율은 못 내리면서 세수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담뱃값 인상 이후 담배 판매량이 사실상 당초 예상치(34% 감소)보다 덜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담뱃세 인상의 주목적이었던 '흡연율 감소'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 효과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또 다른 대책을 세워 개개인의 소비를 강제로 줄이기는 어렵다"며 "내년 말 담뱃갑에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흡연율이 좀 낮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담배 반출량(공장ㆍ창고에서 담배가 반출되는 수량)은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 34억개비(1억7000만갑), 2월 36억개비(1억7900만갑)로 낮아졌다가 3월 들어 49억개비(2억4300만갑)로 급증했다. 1, 2월 영향으로 1분기 담배 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2% 줄었다. 그러다가 4월에는 58억개비(2억9100만갑), 5월에도 54억개비(2억6900만갑)를 기록해 급증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정부가 올 들어 5월까지 담배 판매로 거둔 세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00억원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민의료비 통계(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한국은 그리스에 이어 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남성(15세 이상) 흡연율이 높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작년 한국의 남성 흡연율은 45.3%다. 2013년 45.8%보다는 0.3%포인트 줄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국내 흡연율이 낮아지지 않는 것이 10년째 동결된 담뱃값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하며 결국 담뱃세 인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흡연율은 잡히지 않고 세수만 늘어남에 따라 '서민 증세' 논란도 재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담뱃세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똑같은 세금을 부담한다. 이런 세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세 부담이 커지는 조세 역진성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세 인상 외에 금연구역 확대나 흡연 경고 그림 부착 등을 같이 추진해 2020년에는 성인남성 흡연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9%까지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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