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소설가 신경숙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도 표절했다는 주장이 17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주장의 근거로 위 문단이 제시됐다. 위에 인용된 독일 작가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는 전혜린 번역으로 문예출판사에서 1998년에 나왔다.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2010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또 린저의 같은 작품 첫 문장과 비슷한 표현이 ‘엄마를 부탁해’에 실렸다. 창비가 2008년 펴낸 엄마를 부탁해에는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는 생의 한가운데는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로 시작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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